말레이 경찰 “김정남, 피살전 신원불명 한국계 미국인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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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피살당한 김정남. [사진 후지TV 보도 영상 갈무리]

지난해 2월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피살당한 김정남. [사진 후지TV 보도 영상 갈무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되기 전 신원불명의 한국계 미국인을 만났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9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지 경찰 당국자 완아지룰니잠체 완아지즈는 김정남이 지난해 2월 9일 말레이시아의 휴양지 인 랑카위에서 한 미국인 남성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같은 달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고, 랑카위에 도착한 것은 이틀 뒤인 8일이었다. 이후 마카오로 돌아가려던 김정남은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화학무기인 VX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망 당시 김정남은 12만 달러(한화 1억3000만원) 상당의 100달러짜리 다발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 신문 등은 김정남이 접촉한 남성이 태국 방콕에 머물던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라며 김정남이 정보를 건네는 대가로 거액의 현금을 받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완아지룰은 김정남이 갖고 있던 노트북을 정밀 분석한 결과 문제의 남성을 만난 당시 USB 메모리가 노트북 포트에 삽입된 흔적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다만 완아지룰은 김정남이 이 남성에 극비자료를 실제 넘겼는지, 이것이 암살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 등은 명확히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남이 랑카위에서 묵은 호텔이 어디인지와, 누구 명의로 방을 빌렸는지 등을 묻는 말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한편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출신 여성 피고인들의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은 북한 정권에 의한 정치적 암살이란 주장을 반복했다.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30)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면서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두 사람에게 VX 신경작용제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북한인 리재남(58)과홍송학(35), 리지현(34), 오종길(55)은 범행 직후 전원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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