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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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황순원의 소설『카인의 후예』는 우리의 국토분단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알다시피「카인」은 구약성서『창세기』에 나오는「아담」과「하와」의 큰아들이다. 그는 「야훼」가 동생「아벨」만 편애하는 것을 시기하여「아벨」을 죽인다. 이에 진노한「야훼」는「카인」을 저주하여 에덴의 동쪽 놋 땅으로 쫓아 버린다. 「존·스타인벡」의 소설 『에덴의 동쪽』도 바로 여기서 테마를 얻은 것이다.
이처럼「카인」의 이야기는 인류최초의 살인사건으로 상징되어 많은 작품에 오르내린다. 말하자면 가장 부도덕한 형제의 전형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의『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투금설화는 가장우애가 깊은 형제의 이야기다.
고려 공민왕 때 한 형제가 길을 가다 아우가 길에서 금덩이를 줍는다. 아우는 한 덩이를 형에게 나누어준다.
강가에 이르러 배를 타게 되자 아우는 금덩이를 물 속에 던져 버린다. 형이 까닭을 물으니 아우가 대답하기를『금을 줍기 전까지는 형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지극했으나 금을 나누어 갖고 나서는 갑자기 형이 미워지고 시기하는 마음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형도 금덩이를 물 속에 던져 버렸다.
우리는 이 설화에서 형제간의 우애와 물질적 욕망은 결코 양립될 수 없음을 본다. 가령 동생이 자기가 주운 것이라 하여 모두 자기의 소유로 하였다면 이 설화도「카인」의 비극으로 끝났을지 모른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13일 동생인 전경환 씨의 새마을비리 사건과 관련, 책임을 통감하고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못난 동생』이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을 저지른 것을 잘 단속, 감독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불민함과 부덕함 때문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형제는 모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기초 단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장자는『형제는 수족과 같고 부부는 의복과 같다』고 했다. 의복은 다른 옷으로 바꾸어 입을 수 있어도 수족은 한번 없어지면 다시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전대통령이 스스로 불 민과 부덕을 거듭 강조하는 소 이도 바로 그 썩어 문드러진 「수족」을 진작 잘라 내지 못한 탓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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