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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기조실 '힘빼기' 나서는 김명수, '외부 칼' 빌린 개혁은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김명수 대법원장 [중앙포토]

김명수 대법원장 [중앙포토]

사법부 혼란 수습을 위한 법원 개혁의 ‘1순위 타깃’으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지목되고 있다.
대법원장 휘하에서 사법행정을 주관하며 사법부 ‘브레인’으로 불렸던 기조실은 최근 각종 판사 뒷조사 문건 등을 생산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 추가조사위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 발표 후 법원행정처 개편과 ‘상근 판사 줄이기’ 등을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뒷조사 의혹 기조실, 개혁 1순위 지목 #'4실3국→3실3국' 개편 가능성도 제기 #법원행정처 몸집 줄이기 나서지만... #일부 요직엔 '코드 인사' 전망도 나와

법원 관계자는 “기조실의 인원 규모를 축소하고 대외 업무 권한을 다른 실ㆍ국 등으로 분산하는 방안 등에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라며 “최종 밑그림은 사법발전위원회에서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도 일각에서 ‘통합’이 거론되는 등 개편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1년 이후 4국3실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법원 행정처가 인원이 축소된 ‘3국3실’ 체계로 몸집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법원행정처 개편은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 위원장으로 이홍훈(72ㆍ사법연수원 4기)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된 이 전 대법관은 재직 당시 진보적 성향의 소수 의견을 내 전수안(66ㆍ8기), 김영란(62ㆍ11기), 김지형(60ㆍ11기), 박시환(65ㆍ12기) 전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10여명 안팎의 위원으로 구성될 이 위원회에는 변호사, 교수,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도 다수 참여한다. 위원회에서 각종 사법 개혁 초안을 짠 뒤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방식인데 법원 안팎에서는 사실상 김 대법원장이 ‘외부 칼’을 이용해 법원 내 민감한 환부를 손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대법원 시무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신, 고영한 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장, 김창석 대법관, 김소영 법원행정처장 [중앙포토]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대법원 시무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신, 고영한 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장, 김창석 대법관, 김소영 법원행정처장 [중앙포토]

앞서 김 대법원장이 25일 법원행정처 PC 제출을 놓고 추가조사위와 갈등을 빚은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대신 사법연수원 동기(15기) 안철상 대법관을 처장으로 임명한 것이 법원행정처 ‘코드 개편’의 신호탄이란 분석도 있다. 2월 법원 정기 인사를 전후로 법원행정처의 몸집은 줄이되 김 대법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코드 인사’들은 요직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지원실장은 모두 공석인 상태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전직 판사는 “외부 인사들의 힘을 빌리는 방식 만으론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려는 상고심 개선방안 등 각종 현안들과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법원행정처를 요긴하게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진용을 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과거 사법부 개혁을 중점 과제로 내세웠던 이용훈 대법원장(2005~2011년)도 김종훈 비서실장, 이광범 사법정책실장, 이용구 송무심의관을 주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취임 초기 법원행정처 축소 등을 추진했지만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법원행정처를 강화했단 평가를 받았다. 사법 개혁이 추진되는 와중에 오히려 법원 내부의 ‘사법 관료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지난해 12월 4일 경기도 일산동구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4차 회의 모습. 임현동 기자

지난해 12월 4일 경기도 일산동구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4차 회의 모습. 임현동 기자

판사 뒷조사 의혹의 ‘후속 조치’를 담당할 기구는 법관 정기인사 이전인 2월 초 구성될 전망이다. 법관 정기인사는 2월 13일 고등부장(차관급) 이상, 2월 26일 지방부장 이하급 인사가 예정돼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 기구에 중립 성향의 외부 인사 등을 위원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구는 판사 뒷조사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통한 법원 논란의 ‘자체 수습’에 초점이 맞춰 있다.  검찰 수사 등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법원 안팎에선 지난해 활동한 진상조사위(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 올해 추가 조사위에 이어 “재재(再再) 조사위 구성만 반복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사법행정 과정에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법관회의 상설화’도 추진되고 있어 사법행정의 축이 외곽, 외부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향후 PC 재조사 등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일단 판사 뒷조사 의혹 관련자 조사, 문책 등을 통한 ‘자체 봉합’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느냐”며 “법원행정처 개편 등 법원 내부 개혁은 사법발전위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장기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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