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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는 침실에서만 들어라”…평창 오는 러시아 선수의 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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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 겨울 올림픽 당시 올림픽 주경기장에 오륜기와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다. 하지만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에선 관중들을 제외한 러시아 선수나 단체가 국기를 쓸 수 없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엠블럼 상징 등도 쓸 수 없다.[AP=연합뉴스]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 겨울 올림픽 당시 올림픽 주경기장에 오륜기와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다. 하지만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에선 관중들을 제외한 러시아 선수나 단체가 국기를 쓸 수 없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엠블럼 상징 등도 쓸 수 없다.[AP=연합뉴스]

2018 평창 겨울 올림픽에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들은 올림픽 기간 중 자국 국기를 선수촌 개인 침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홈페이지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출신 선수 169명이 지켜야 할 행동지침을 발표했다. IOC는 대회 기간(2월 9~25일) 중 지속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러시아 출신 선수들에 대해 지침 준수 여부를 철저히 감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IOC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러시아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이 러시아 출신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표출하지 못하도록 제한됐다. 선수들은 러시아의 국기 또는 러시아를 상징하는 엠블럼, 상징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올림픽 기간 중 관중들은 러시아 국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선수들은 러시아 국기를 선수촌 개인 침실에서만 쓸 수 있다.

선수들은 경기복과 선수단복에 러시아의 약자인 ‘RUS’를 표기해선 안 되며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들’이라는 뜻인 ‘Olympic Athlete from Russia’나 ’OAR’로 표시해야 한다.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이나 러시아의 올림픽 관련 소셜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러시아 출신 선수들은 이렇게 적힌 특별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 최근 이 같은 규정을 준수한 러시아 선수들을 위한 유니폼이 공개된 바 있다.

개인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입을 선수단복. [AP=연합뉴스]

개인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입을 선수단복. [AP=연합뉴스]

IOC는 또 러시아올림픽위원회나 제3의 기관에서 주관하는 ‘대체 시상식’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출신 선수들은 메달을 따더라도 자국 국기가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러시아 선수들이 공식 시상대에 오르면 러시아 국기가 아닌 올림픽 오륜기가 게양된다. 국가도 올림픽 찬가로 대체된다.

러시아 선수 169명은 이런 지침을 준수하고 금지약물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IOC는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에서 이 지침을 제대로 지켜지는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며 “이후 러시아 도핑 파문에 따른 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할 회의에서 평가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2016년 리우올림픽 직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자국 선수 1천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폭로되는 등 국가 차원의 금지약물 처방 사실이 확인돼 각종 국제대회 출전이 불허되는 제재를 받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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