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트코인은 또다른 테러", "블록체인으로 난민 돕자"…다보스서 불붙은 블록체인·비트코인 논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다보스 EPA=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다보스 EPA=연합뉴스]

지난 27일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제43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뒤흔든 화두도 전 세계적인 열풍이 불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였다.

글로벌 경제·기업·학계의 암호화폐·블록체인 찬반 논쟁 #현재 암호화폐 과열 양상에 대해선 대개 "규제 필요" #라가르드 IMF 총재 "암호화폐 범죄는 일종의 테러" #블록체인 기술은 "매력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유용" #'투자 거물' 조지 소로스 "난민 문제 해결에 응용할 것"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블록체인 기술 투자 중" #라가르드 IMF 총재 "비트코인"

전 세계 기업·금융·정치 분야 지도자 3000여명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문제와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놓고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 로버트 쉴러 교수. [중앙포토]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 로버트 쉴러 교수. [중앙포토]

포문을 연 것은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였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인 실러는 '암호화 자산'에 관한 세션에서 전통 경제학계의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대변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비이성적 과열』 등에서 2000년대 초반 IT 버블과 같은 실체 없는 신용 팽창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의 거품 현상을 지적해왔다.

"비트코인이 흥미로운 실험인 것은 맞지만,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에 우리 생활에서 영속적으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너무 과하게 비트코인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 논쟁을 다른 적용이 가능한 블록체인으로 확대해야 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이 논쟁에 합세했다.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의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분산원장기술'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은 각종 거래 정보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산해 동시 저장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그는 "블록체인은 검증되지 않은 유토피아 같은 꿈"이라며 "아직 암호화폐 외에는 블록체인이 적용·구현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포럼에서 정부·금융기관 수장들은 하나같이 "암호화폐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최근 두 달 새 극단적인 등락을 반복하면서 전 세계가 들썩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중순 1 코인당 약 2480만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이틀 만에 40%가량 하락했으며 이후에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암호화폐 논란을 테러리즘에 비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5일 다보스에서 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자금 세탁을 조장하는 등의 행위는 일종의 '파이낸스 테러리즘'과 같기 때문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비트코인 채굴에 전 세계 컴퓨터가 소비하는 전력이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쓰는 전기량과 맞먹는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채굴량을 늘리는 것은 지구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폈다.

암호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채굴 프로그램의 암호를 경쟁자보다 빨리 해독해야 한다. 암호를 푸는 연산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 수십 여대를 동시에 돌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는 것이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역시 "암호화폐가 점차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만큼 범죄 가능성도 늘어나고 있다"며 "각국 정부들이 이런 위험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와 같은 국제 기구가 암호화폐의 흐름을 감시해야 한다"며 국제 사회의 공조를 제안했다.

그러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통제를 요구하는 정부와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해서는 일제히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아주 매력적이라고 본다",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블록체인에 대해 "천재적인 조각"이라며 암호화폐와는 달리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기업 인사들은 학계·정부 기관과 달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모두를 적극적으로 진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회장은 다보스에서 "난민 문제 해결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민자들이 자신의 가족들과 소통하고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옮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로스는 하지만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포천지는 이와 관련해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이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폭력·잔학 행위를 멈추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종이 화폐가 아닌 디지털 화폐인 만큼 난민·이민자들이 원치 않게 거처를 옮기고 숨어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CEO. [사진 JP모건]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CEO. [사진 JP모건]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던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가 달러를 이길 수 있는 주요 통화 수단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블록체인은 조금 더 효율적인 거래에 사용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25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소수의 암호화폐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암호화폐가 비트코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인 체인의 최고경영자(CEO)인 애덤 루드윈은 "암호화폐가 비효율적이고 평가가 과장되어 있다는 등의 비난을 인정한다"고 현행 암호화폐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둘러싼 다보스 포럼 참석자들 발언

[정부·금융기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암호화폐가 조장하는 자금 세탁은 또 다른 테러리즘…수용할 수 없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암호화폐 늘어나는 만큼 이로 인한 범죄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암호화폐 규제는 국제적인 접근 필요…IMF 등이 감시해야"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암호화폐 시장 붕괴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거의 없을 것"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미국에서만큼은 비트코인이 기존 은행들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

[기업]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CEO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말한 것 후회…우리도 이미 블록체인에 투자 중"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등락 심한 암호화폐는 통화 아니다…난민 문제에 블록체인 활용하자"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디지털 화폐 기술에 투자해야 하지만 신뢰·합법성 확보하는 게 먼저"

▶애덤 루드윈 체인 CEO(블록체인 전문 기업)
"비효율적이고 고평가 되어있다는 등 암호 화폐에 쏟아지는 비난 인정"

[학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블록체인 검증 안 된 유토피아 같은 꿈…기술에 대한 접근성 떨어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비트코인 흥미로운 실험이지만 영속적으로 사용하긴 힘들 것"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