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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막식때 국내외 귀빈들에 귀마개 돌려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파가 평창 겨울올림픽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청와대가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섰을 정도다. 평창 올림픽 관련 업무를 맡은 김수현 사회수석과 김홍수 교육문화비서관 등은 지난 18일 직접 평창을 찾아 개막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를 돌아봤다. 개막식 때와 유사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개막식이 열리는 시간대인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현장을 돌아보고 VIP석도 점검했다고 한다.

청와대까지 나선 평창 개막식 '시베리아' 주의보 #"영하 13도 이하로 떨어진다는 데 추위 걱정" #바람 부닥치는 VIP석, 관람석보다 더 추울 수도

추위가 몰아친 지난 11일 강원 평창군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 관중석마다 행사 준비를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개막식용 장비 설치가 마무리된 관중석은 흰 비닐로 덮어 놨다.[연합뉴스]

추위가 몰아친 지난 11일 강원 평창군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 관중석마다 행사 준비를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개막식용 장비 설치가 마무리된 관중석은 흰 비닐로 덮어 놨다.[연합뉴스]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플라자에는 지붕이 없다. 개막식에 참석하는 선수들은 물론 3만5000여명의 관중 역시 대관령의 칼바람을 3시간 이상 정면으로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관람객 전원에게 바람막이용 우의, 무릎담요, 발열 방석, 손ㆍ발 핫팩, 방한모자 등 ‘방한용품 6종 세트’를 무료로 지급한다.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방한에 유의해달라”는 안내도 별도로 할 계획이다.

평창 올림픽플라자 전경. 지붕이 없어서 관중은 강풍을 견뎌야 한다. [연합뉴스]

평창 올림픽플라자 전경. 지붕이 없어서 관중은 강풍을 견뎌야 한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청와대는 걱정이다. 평창 점검 때 동행했던 한 청와대 인사는 “이곳은 밤에는 영하 13도 이하로 떨어진다”며 “개막식에 나라 안팎의 관람객들과 선수단을 모셨는데 덜덜 떠는 모습이 등장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플라자는 원래 대관령 황태덕장이 있던 곳이다. 지난 26일 오전의 경우 평창의 최저기온은 영하 23도를 기록했다. 바람까지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36도 밑으로 떨어졌다. ‘시베리아’를 방불케 하는 추위에 비상이 걸렸다.

 개막식에 참석할 각국 40여명의 정상급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급 인사들 역시 ‘방한 6종 세트’로 추위에 맞서야 한다. 1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VIP석이 관중석에서 떨어진 개막식 행사장 4층에 마련돼 있지만 이 역시 지붕이 없는 개방형 구조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일반관람객 좌석 주변으로 설치된 LPG 히터. [사진 평창조직위]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일반관람객 좌석 주변으로 설치된 LPG 히터. [사진 평창조직위]

 오히려 VIP석이 일반 관람석보다 한파에 더 취약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VIP석은 북서쪽을 바라보는 높은 곳에 설치돼 있어 밤에는 바람이 더 세게 불어올 수 있다”며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통로 등에는 난방 쉼터 등을 설치했지만 VIP석의 귀빈들은 춥다고 슬쩍 슬쩍 자리를 떠나 난방 시설이 있는 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게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VIP석의 각국 정상급 인사들의 모습이 전 세계에 송출되는데 이들이 편안하게 관람하는 장면이 나왔으면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귀빈들에게 ‘방한 귀마개’라도 준비해 드려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 대통령은 겨울올림픽 주최국의 정상인 만큼 당연히 개막식 내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대에 바람의 저항을 줄여주는 방풍막이 설치되어 있다. 장진영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대에 바람의 저항을 줄여주는 방풍막이 설치되어 있다. 장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기준 의원은 지난 11일 조직위 관계자들과 함께 ‘6종 세트’를 착용하고 개막식이 열리는 3시간 동안 관중석에 앉아 매시간 체온을 체크하는 실험을 했다. 심 의원은  “다행히 실험 결과 20여명 중 심각한 저체온증을 보인 사례는 없었다”며 “그러나 개회식 때 관중들은 방한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폭설도 개막식을 위협하는 복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폭설이 내리면 현장 교통 상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경기를 위해선 눈이 내려야 하지만 개막식 당일 교통과 행사 진행을 방해할 만큼 폭설이 내리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심 의원도 “대회 기간에 눈이 쏟아지면 경기 진행이 어렵게 될 수 있다”며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눈이 많이 와야 겨울 올림픽의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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