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미술 시장|젊은 작가 작품 잘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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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들어 미술 고객들의 작품 구매 경향이 크게 바뀌고 있다. 60대 이상 인기원로작가들의 지명도에 매달리던 데서 젊은 작가들의 예술성과 개성 쪽으로 작품 선택의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객들의 구매성향이 변화함에 따라 의욕과 패기를 앞세우는 30∼4O대의 젊은 작가들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일부에는 이 같은 젊은 인기작가군의 부상을 화단의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하나의 지표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미술고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30∼40대 작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선두에 서고 있는 작가는 서양화의 김원숙·황영성·신양섭·권순철·안병석·박용인·신학철·하동철, 한국화의 황창배·박대성, 조각의 유영교·홍순모·김동우·강대철씨 등.
작품의 규모나 소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소품의 경우 대개 호당 10만원 안팎이다.
황영성은 l5만원에서 30만원, 김원숙은 10만원에서 25만원, 신양섭·권순철은 15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영교·홍순모 등 젊은 조각가들의 작품도 소품 1점에 2백만∼3백만 원을 호가한다.
미술고객들의 작품 구매선호 경향이 30∼40대의 젊은 작가들에게 쏠리는 데는 60대 이상의 노년에 접어든 기존 인기작가들의 작품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남관·권옥연·김형근·박고우·장욱진 등 원로들이 내놓는 작품은 예외 없이 호당 50만원에서 1백50만원이라는 엄청난 값이 매겨지고 있다.
많아야 년10점 정도의 제작에 그치는 이들의 작품을 50여 개나 되는 화랑을 통해 구입해야 하는 고객들에게는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데서오는 불리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부담이다.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고객 층이 지극히 얇고 수적으로 제한돼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술 애호인구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안목과 취향을 갖는 소장 층이 대두하고 있다는 것도 미술작품 구매성향의 변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있다. 이들 새로운 고객 층은 자신들의 재력한계를 넘는 고가의 기존 원로작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값은 저렴하지만 강한 개성과 예술적 지향이 두드러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60대 원로들의 작품을 잇는 「개성부재」의 50대를 제치고 화단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30∼40대 작가들의 특징은 「작가는 작품으로 승부 한다」는 강한 프로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들은 한때 선망의 대상이 되고있던 대학강단을 굳이 찾아 나서지 않으며 작품제작에도 철저히 자기위주의 자세를 견지한다. 고객에의 영합을 의식하지 않고 제작한 작품이 오히려 고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역설이다.
이는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깨어있는 젊은 작가들의 의식에 새로운 고객들이 큰 공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미술계의 풀이다.
가나 화랑대표 이호재씨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전시회마다 대성공을 거두였고 판매성과도 매우 컸다』면서 『이제 나이에 따라 작품 가격이 구분되던 시기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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