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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논란 속 안철수, 페북에선 보수가 더 지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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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호 11면

최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통합 선언을 한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는 보수일까 진보일까.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열린 토론회에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라고 발언하며 보수 진영 후보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정작 그에게 지지를 보냈던 사용자들은 보수 지지층이 더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수 클러스터에 가까운 안철수 #“안 대표 적극 지지층 약한 반면 #진보·보수·연령별 고르게 포섭” #정보 취사선택 편향된 SNS #문화·오락까지 끼리끼리 확산 #사회통합 저해하는 부작용 우려

27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 연구팀의 ‘페이스북 사회관계망분석’에 따르면 안 대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보수 클러스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선에 출마한 각 후보자들의 출마선언 공식포스트에 좋아요를 눌렀던 지지자 1만10명이 다른 어떤 페이지에 동시에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조사한 다음 이를 연결강도에 따라 구분한 결과다. 이 교수는 “안철수-문재인을 동시에 좋아한 사람보다 안철수-홍준표를 동시에 좋아한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보수냐 진보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보인 집합적 판단에서는 안 대표가 보수 쪽 지지를 많이 받았다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렇게 구분 짓는데 한계는 있다. SNS 이용이 가장 많은 2030과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고 인터넷 사용 능력이 있는 노년층이 과대 대표될 수 있고 인터넷 사용 시간이 적은 4050은 적게 대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안 대표의 경우 적극 지지층이 약한 반면 보수와 진보, 다양한 연령대를 포괄적으로 포섭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보다는 보수층에서 넘어 올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과 보수·진보 경계 일치

연구 결과는 안 대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오프라인 상에서 구분되는 보수·진보 진영 경계선과 일치되게 각 정치 집단을 구분했다. 정치집단 뿐만 아니라 언론, 인터넷 매체, 오락·문화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알려진 성향대로 분류됐다. 정치학자들은 이 같은 온·오프라인 상 보수·진보 경계의 일치 현상에 대해 강화효과 이론을 들어 설명했다. 통상 SNS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동원효과(사용자들을 새로운 시각에 노출시켜 정치적 견해를 바꿔주는 효과)’와 강화효과( 사용자가 지닌 기존의 생각을 확고하게 해주는 효과)로 갈리는데 페이스북 상에선 후자가 들어맞았다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신념과 비교적 일치하는 정보를 찾아서 좋아요를 누르는 경향이 강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이는 페이스북이 가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결과다. 일견 드넓은 페이스북이라는 바다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거 같지만 실제로는 편향된 견해들만 찾아보게 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페이스북 사용자들도 정보 취사선택에 편향이 생긴다는 점을 인정한다. 대학원생 김수정(30)씨는 “주로 정치 뉴스를 읽기 위해 수시로 페이스북을 보는데 굳이 나와 생각이 다른 글들을 보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다. 성향상 맞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기사나 글은 제목만 보고 거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모(37)씨는 “카카오톡 단체방은 자기 정치성향에만 맞는 글을 올리는 친구들이 많아서 불편했다. 페이스북은 내가 읽고 싶은 정보들이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더 편리하다”고 말했다.

유명인 중엔 손석희, 기업 중엔 LG 좋아요

문재인 대통령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사용자들은 단체 중에선 더불어민주당, 손석희와 함께하는 사람들(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팬 페이지), 정의당, 청와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참여연대 등을 선호했다. 기업 중에선 페이스북, LG, CGV, G마켓 등을 선호했다. 유명인 중에선 손석희 사장, 주진우 시사인 기자, 가수 이승환씨, 방송인 김제동씨 페이지가 함께 좋아요를 받았다. 기타 페이지에선  JTBC의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맛집 관련 페이지인 ‘오늘 뭐 먹지?’, 퀴즈 등 각종 오락 콘텐트를 제공하는 페이지인 ‘봉봉’ 등이 선택받았다.

반면 홍준표 대표 페이지에 지지를 표했던 사용자들은 단체 중에선 자유한국당, ‘우리는 우익이다’, ‘건전사회를 위한 국민의 힘’, ‘대한민국 국방부’ 등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중에선 LG, 롯데, CGV, 현대자동차 페이지가 지지를 받았다. 유명인 중에선 MBC 김세의 기자 페이지에 좋아요를 많이 눌렀으며 기타 페이지에선 유머저장소, 네임테스트 등이 선호됐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보수·진보 구분이 단순히 정치적 선호를 넘어서 뉴스를 소화하는 플랫폼과 문화·오락·취미 선택까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분석결과를 보면 보수·진보 진영이 정치집단에서 뿐만 아니라 언론사, 오락·문화 사이트 선택에 있어서도 전혀 다른 선호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진보 지지자들은 진보언론만 보고 진보 성향 문화 페이지만 주로 찾아다닌 것이고 보수 지지자들은 반대로 한 것이다. 이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하고만 어울리려는 이른바 ‘동류선호’가 정치 분야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통합 차원에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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