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18만년 된 턱뼈 발견…인류 아프리카 탈출 시점 밝혀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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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발견된 탈아프리카 최고 턱뼈 화석 사진.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탈아프리카 최고 턱뼈 화석 사진.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최소 17만70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의 턱뼈가 발견됐다. 아프리카에 거주하던 호모 사피엔스(현대 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이주한 시점과 경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CNN, AP통신 등이 전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의 게재 논문에 따르면 이스라엘 북부 카르멜 산 서쪽 구릉의 미슬리야 동굴에서 비교적 온전한 상태의 8개 치아를 지녔던 위턱뼈가 발굴됐다.

이 턱뼈는 고고학지 분석과 DNA 조사를 통해 최소 17만7000년에서 19만4000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이라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에서 이번 턱뼈가 발견된 사실은 현대 인류가 기존 학설보다 훨씬 이전에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주했음을 뜻한다.

기존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등을 토대로 현대 인류가 9만년~12만년 사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바깥 지역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아프리카 바깥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현대 인류 화석 역시 이스라엘에서 출토됐다. 이 화석은 9만 년에서 12만 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팀의 논문 저자인 미국 뉴욕 빙엄턴대 고고인류학 롤프 쾀 교수는 “이 발견은 우리 선조들이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바깥으로 이주했던 시기가 우리가 지금까지 믿었던 것보다 훨씬 이전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텔아비브대 고고학자 이스라엘 헤르쉬코비츠도 “(현대 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한 시점과 그들이 택한 이동 경로는 인류의 최근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 의문점”이었다고 이번 발견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스라엘에서 고대인의 턱뼈가 발견된 미슬리야 동굴.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고대인의 턱뼈가 발견된 미슬리야 동굴. [AFP=연합뉴스]

여기에 과학자들은 이 턱뼈가 초기 인류가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종족과 교배했음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다른 논문 저자인 이스라엘 하이파대 고고학자 미나 웨인스타인 에브런은 턱뼈가 나온 동굴은 인류와 이미 멸종된 비슷한 종족을 포함한 유인원들의 완벽한 쉼터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20년간 미슬리야에서 발굴 작업을 해 온 웨인스타인 에브런 연구팀은 현장에서 수십 구의 석기 도구와 동물 뼈, 불을 피운 흔적 등도 발견했다. 턱뼈는 지금까지 발견된 유일한 인류의 것이다. 이를 토대로 동굴 거주인들은 지금은 멸종된 큰 소 등을 사냥하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웨인스타인 에브런은 “매우 흥미롭다”며 “모든 이를 갖춘 완벽한 턱뼈는 흔히 발견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턱뼈 발견 사실 자체가 그때 당시의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지만 많은 내용을 시사한다고 WP는 분석했다.

현재 이 턱뼈가 남자 또는 여자의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턱뼈에 붙어 있는 치아의 크기는 현대 인류의 것보다 조금 더 크다. 그러나 이 턱뼈는 분명히 현대 인류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과학자들은 전했다. 직각 형태의 앞니가 현재 우리의 턱 모양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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