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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가열… 보도 윤리 존중돼야"|편협·언연원 88언론 과제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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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 신문 편집인 협회와 한국 언론 연구원은 제32회 신문 주간을 맞아 8, 9일 인천 송도 비치 호텔에서 「자율·경쟁 언론의 과제」를 주제로 한 88언론 대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는 현재 언론계에 재직중인 중견 언론인과 학계 인사 다수가 참가했다. 다음은 각 소 주제별 발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제1주제 「해방 40년의 언론사 회고」 (발표자 김진현 동아일보 논설 위원 실장)=한국의 언론사는 4·19로 절정에 오른 「언론 자유의 신격화」, 5·16이후의 유신, 80년대의 언론기본법으로 상징되는 「발전의 신격화」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자기 절제 능력이 없는 「언론 자유」나 자율의 혼이 없는「발전」은 모두 진정한 자유나 발전이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 언론은 인간적 목표와 국가적 목표, 인권과 질서, 언론의 공익성과 상업성의 조화로운 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이 큰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유혹을 버리는 것 ▲발행인에게 집결된 언론 의사 결정권의 분산 ▲언론사간의 가열된 경쟁 속에서도 일선 언론인이 언론인 윤리를 지키려는 노력의 존중 ▲직업적·윤리적으로 유능한 언론인의 양성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2주제 「개방 경쟁 시대의 전략」 (발표자 손광식 경향신문 주필)=최근까지 유지되어 오고 여태까지도 관성을 지닌 언론의 과정 체제는 앞으로 부서질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이다. 이런 경쟁적 요소를 결집시켜 언론계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벽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첫째, 기자단과 기자실이라는 구조가 경쟁적인 취재 활동의 장애가 되고 있다.
둘째, 편집에 관한 의사결정에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이런 요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는데 우선 주필·편집국장·부장이 편집권을 독점하면서 전횡하는 측면이 있고, 「제3의 구조」 라고 할 수 있는 편집권과 경영권의 미분화에서 비롯되는 문제, 즉 신문이 정치 권력의 중심 권에 동화되게 하는 함정의 측면이 있다.
셋째, 뉴스 광역화의 문제가 있다. 앞서 말한 기자실 제도가 갖는 문제는 곧 기자들의 관심 영역 확대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각 부서간 「울타리 의식」도 뉴스 영역의 확대에 제약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제3주제 「전문화 시대의 대응」 (발표자 인보길 조선일보 편집국장 대우)=언론계 전반적으로 볼 때 전문화의 성취도는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화를 이루는데 있어 현재의 체제는 ▲채용 즉시 종신 고용되는 공채 제도 ▲해설식 기사를 수용할 수 없는 지면의 부족 ▲관청을 기준으로 나뉘어 있는 부서 조직의 폐쇄성 ▲낙종은 면해야 한다는 안일한 기자실 제도 ▲데스크로 올라서면서 취재에서 손을 놓는 신문사 구조의 문제 등 장애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언론사들이 합동으로 「저널리스트 교육 기관」을 설립, 신규 채용되는 기자의 교육과 기성 기자의 재교육을 본격화해야한다.
◇제4주제 「언론의 활성화와 책임의 관제」 (발표자 최서영 코리아 헤럴드 전무이사)=자유경쟁의 바람은 「제도 언론」에 안주해온 언론이 시대적인 요구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을 갖지만 인력 수요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기자의 질 저하와 부족한 광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등의 문제점도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 확립되어 있는 신문윤리위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의 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또 직업윤리 확립을 위한 언론인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제5주제 「공영방송, KBS의 좌표」 (발표자 배학철 KBS보도 본부장)=지금은 언론 전체가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려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KBS보도에 대한 과거의 공정성 시비는 분명히 정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정성 시비가 다른 차원에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TV는 독특한 특성을 간직한 채 우리 사회에 일정한 기여를 해왔다.
공영 방송으로서 KBS는 앞으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여론 조사를 강화, 그 결과를 통해「공중의 의사」 (public opinion)를 대변하도록 힘쓸 계획이다.
◇제6주제 「국제화 시대의 통신 서비스」(발표자 현소환 연합 통신 상무)=국제화와 지방화로 특징 지어지는 현실에서 국내 유일의 통신으로서 연합 통신의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연합 통신은 전체 주식의 42·35%를 KBS가, 32·15%를 MBC가 소유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사에 있어 신뢰도에 문제 제기를 당하는 적이 많았다. 이는 AP나 공동 통신에서처럼 회원사들이 고르게 주식을 소유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으로 종합 통신사로서의 독립적 역할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 통신사로서의 발돋움, 지방화 시대에 걸 맞는 다양하고 질 좋은 통신 서비스를 위해서는 연합 통신 주주 회원사들의 애정 어린 이해와 물심양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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