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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가 허무맹랑하다고 말하는 게 허무맹랑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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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원자력안전위원회]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원자력안전위원회]

“영화 판도라가 허무맹랑하다고 말하는 게 허무맹랑한 것이다.”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 취임 후 첫 간담회 #"5000억 원전 사업자 배상 범위 무제한으로 올릴 것" #"개인적으로 탈원전론자라 생각해본 적 없다" #

강정민(사진ㆍ53) 원자력안전위원장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원전폭발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2016년)애 대한 비판론을 이렇게 반박했다.
그는 “(영화에서) 원전 격납 건물이 뻥 터지는데, 가스압력이 차면 터질 수도 있고 안 터지더라도 균열이 생겨서 방사성물질이 새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분적으로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판도라는 원전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영화라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영화 ‘판도라’ 개봉 이후 국내 원전에 대한 비과학적인 공포가 확산했다는 비판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하지만 영화 판도라에서는 규모 6.1의 지진으로 원전사고가 나는데, 국내 원전은 6.5~7.0의 내진설계가 돼 있다. 또 비상사태 대응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론 백색ㆍ청색ㆍ적색 3단계 대응체계가 있다. 이 밖에도 영화 속 장면이 실제와는 다른 것이 많아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17년 11월20일 중앙일보 ‘팩트체크’참조>

‘탈원전론자가 원안위원장이 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탈원전론자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신고리 5,6호기 중단 측에 선 것은 원전이 한군데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지 다른 곳에 신규 원전을 설치한다고 했으면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의 말은 달랐다. 강 위원장은 취임 전 기고를 통해 신고리 5,6호기를 취소해야 하는 이유로 “원전 추가 건설 논의에서 사고 및 후쿠시마 같은 원전 중대사고 가능성을 변수에 넣는다면 비용 대비 편익계산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며 “원자력은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 때문에 강 위원장은 대표적 탈원전주의자로 분류된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에서 시스템양자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과 미국 존스홉킨스대 객원연구원,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 원안위원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미 천연자원보호위원회 선임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강 위원장은 그간 언론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한국 원전의 위험성과 함께 탈원전을 주장해왔다.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도 공론화 과정에서도 건설 중단 측 전문가로 참여했다.

강 위원장은 또 앞으로 원자력발전소 안전을 위한 규제와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올해 안으로 원자력손해배상법 개정을 통해 현재 원전 부지당 최대 5000억원인 원전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의 배상 범위를 무제한으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로 들었다. 그때 사고 처리 비용이 200조원가량 들어간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국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경우 현행법하에서는 5000억원 이상 배상받을 방법이 없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원안위는 이날 업무계획 발표에서 원자력 안전 정보공개 대상을 대폭 늘리고, 공개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공개 대상을 규제기관에서 생산한 정보뿐 아니라, 한수원 같은 사업자가 생산한 정보까지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원전 지역 주민과 소통창구인 원자력안전협의회의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또 원전이 있는 지역의 자치단체장이나 주민 대표, 시민단체 등과의 의견 개진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투명성 강화를 위해 원안위 전체회의는 실시간으로 중계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회의록을 공개하고, 일반인의 방청을 허용하는 수준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원자력규제기관들도 회의를 실시간 화상중계한다는 게 원안위의 설명이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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