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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연대)·김광일(한대)교수가 말하는 심리상태|대형부정사건 왜 일어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최근 연속적으로 터져 나오는 대형부정·부조리사건의 전모는 평범한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분노의 도를 지나 차라리 딴 세상의 일로 치부해버리고만 싶은 지경에 이른 느낌이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성실한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실질적인 피해 또한 너무 커 체념만으로 돌려버릴 수 없는 상태.
이러한 사건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형성됐는지 사회적으로 점점 빈번해지는 이 같은 유형의 사건에 대한 근본 방비책은 무언지 등을 심리적 측면에서 진단해본다.
연세대 윤진 교수(심리학)는『권력의 전횡과 물욕에 과도하게 탐닉하는 원인이 도덕발달단계가 저 수준에 머무르는 것과, 보상심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도덕발달단계는▲처벌과 복종지향▲도구적 상대주의자 지향 등 자신의 쾌락을 척도로 살아가는 저 수준의 단계에서▲비난받지 않을 정도지향▲법 질서지향 등 일반수준의 단계▲사회계약 및 법률적 지향▲보편적 원리원칙 지향 등 고차적인 도덕수준 등 6단계로 구분되는데, 보통의 경우 어릴 때는 1, 2단계가 대부분을 차지하다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차츰 3, 4단계의 비중이 커지고 성인이 되어 고도의 도덕적인 조직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 5, 6단계의 도덕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예컨대 유아기에는 먹을 것이 누구의 것이든 관계없이 자신이 차지하려하다가 청소년기에 가면 군것질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까 못 한다든지 아니면 용돈을 청구하게되며 고 수준의 도덕성을 갖게되면 먹고는 싶지만 사회적 위치나 자신의 욕구에 대한 제어를 위해 먹을 것이 있어도 먹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도덕발달 단계는 유아기의 수준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권력이나 재물이 갑작스레 손에 쥐어졌을 때는 낮은 도덕수준과 지난날에 대한 보상심리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제어할 수 없는 병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필리핀 전 퍼스트레이디「이멜다」의 경우 구두만 3천 켤레였다는 것이 바로 이 같은 병적인 심리상황을 쉽게 보여준다.
한양대 김광일 교수(신경정신과)는『이러한 유형의 사람은 예전에 짓눌리거나 가난하게 살았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가정·학교·사회 등의 조직생활을 통해 습득한 심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고『이렇듯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은 정신 질환적 단계에 와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진단했다.
돈이나 권력만을 강조하는 부모, 점수만을 강요하는 학교, 부조리가 횡행하는 조직에서 성장하게 되면 누구든지 이런 유형의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윤 교수는 최근에 청소년들의 떼강도나 강력 범죄사건이 급증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어른들이 저지르는 연속적인 대형 부정사건을 동기로 하고있다고 봤다.
결국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사회전체의 점진적인 도덕성회복만이 해결의 열쇠가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욕심을 이겨내는 개개인의 초자아(이고)를 강하게 해야하며 이것은 자녀를 기르는 부모와 사회의 지도부인사들부터 먼저 시작해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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