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잡으려다가 팔공산 불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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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2일 대구시 동구 지묘동 팔공산 자락을 태운 산불은 초등학생들의 불장난 때문에 일어났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4일 동구 모 초등학교 김모(10.3년).이모(9.2년)군이 불장난을 하다 산불을 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형사미성년자(만 14세 미만)여서 처벌이 불가능해 귀가시켰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2일 오후 5시쯤 지묘동 J식당 주차장에서 놀다 닭 한 마리가 보이자 김군이 "닭을 잡아 구워 먹자"고 이군에게 제안했다. 이어 김군은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있던 일회용 라이터를, 이군은 주차장에 있던 종이를 주워 불을 붙였다. 이때 닭이 산 쪽으로 도망가자 불 붙은 종이를 던졌다. 종이는 강한 바람을 타고 산자락에 떨어지면서 낙엽 등에 불이 옮겨 붙었다. 어린이들의 부모들은 식당에서 계모임을 하다 뒤늦게 불이 난 사실을 알고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상태였다.

어린이들의 불장난으로 임야 8㏊(피해액 2400만원)가 불탔고 헬기 21대와 소방차 40대, 군인.경찰.공무원 등 2800여 명이 이틀간 진화작업에 동원됐다. 또 동구 팔공보성아파트 등 이 일대 주민 6000여 명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불은 24시간 만인 13일 오후 5시쯤 완전히 꺼졌다. 동구청 관계자는 "아이들의 장난이라지만 피해가 너무 크다"며 "부모에게 감독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려 해도 불이 난 곳이 사유지여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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