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제품·대중명품 시장 이끄는 양바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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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브랜드에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수 브랜드의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기업의 브랜드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매스티지' 브랜드가 약진했다.

매스티지는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을 합성한 용어로 대중적인 명품을 뜻한다. 반면 하위 브랜드들은 맥을 못 췄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 김종립)이 15일 내놓은 '브랜드 파워 조사(K-BPI)' 보고서는 올 브랜드 흐름을 이같이 진단했다.

K-BPI는 소비생활과 밀접한 산업 부문의 브랜드가 갖고 있는 영향력을 평가해 지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를 산출하기 위해 1만2000명의 소비자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브랜드는 2485개다. KMAC는 1999년 첫 K-BPI 보고서를 냈고 이번이 8회째다.

브랜드도 양극화=상위 브랜드와 하위 브랜드 간 지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는 대표 브랜드와 장수 브랜드들이 늘었다. 99년 첫 조사 이후 올해까지 8년간 1위를 지킨 브랜드가 30개에 이를 정도로 선점 브랜드에 대한 고객 인지도나 로열티는 강했다.

이런 선점 브랜드와의 경쟁을 피해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신상품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타500이다. 자양강장제 시장에서 박카스가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강세를 보이자 틈새시장을 노려 자리를 잡았다.

힘 내는 전문기업 브랜드=MP3 플레이어에서 '아이리버'가 삼성전자 '옙'을 제치고 1위로 선정됐다. 또 공기청정기에선 웅진코웨이.위니아만도.청풍 등 중견기업의 브랜드가 대기업을 제쳤다. 대기업이 워낙 다양한 사업을 하다 보니 특정 분야의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의 눈길을 못 잡은 반면 중견기업들의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 주효한 결과다. 잘 나가는 기존 브랜드를 여기저기 적용하는 것보다 개별 브랜드로 승부하는 게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신규 시장에서는 개별 브랜드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매스티지 브랜드의 선전=매스티지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감성을 중요시하는 트렌드다.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질 좋고 값이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의식은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산업군 전반에 걸쳐 골고루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패션에선 고급스러운 캐주얼 의류 '빈폴', 패밀리레스토랑에선 고급 음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이 이런 브랜드에 해당된다. 커피 테이크아웃전문점의 경우 호텔커피숍보다 저렴하고 일반 카페보다 비싼 스타벅스가 매스티지를 지향하고 있다.

차진용 기자



델몬트·맥심·비씨카드 8년째 정상 지켜

부문별 브랜드 파워는

자동차는 쏘나타·마티즈·카니발 선두
태평양-4개, 웅진코웨이-3개 1위 올려

이번 조사는 소비재.내구재.서비스재 등 세 부문으로 나눠 이뤄졌다. 부문별로 보면 ▶소비재는 남성정장.식용유.휘발유.캐주얼의류 등 77개 품목▶내구재는 보일러.공기청정기.식기세척기.홈오토메이션 등 39개 품목▶서비스재는 백화점.아파트.종합병원.학습지.패밀리레스토랑 등 40개 품목이 조사 대상이었다.

소비재 부문=제과.유제품.음료에선 새우깡(농심).서울우유(서울우유협동조합).델몬트(롯데칠성음료).맥심(동서식품) 등의 브랜드가 8년 연속 1위를 지켰다. SK㈜의 휘발유 '엔크린'과 엔진오일 'ZIC XQ' 브랜드 역시 8년 연속 수위를 차지했다. 신동방의 '해표'는 식용유 분야에서 7년째 1위를 고수했다. 태평양의 경우는 남성화장품(헤라옴므).여성기초화장품(헤라).여성색조화장품(헤라)과 녹차(설록차) 등 네 개 품목에서 1위를 달렸다. 이 밖에 ▶태평양제약 케토톱(붙이는 관절염치료제.4년 연속) ▶제일모직 갤럭시(남성정장.3년 연속) ▶ ㈜피죤의 피죤(섬유유연제.4년 연속) 등이 해당 품목에서 정상을 지켰다.

내구재 부문=가구 분야에선 한샘(부엌가구).에이스(침대).보루네오(주거형가구) 브랜드가, 자동차에선 쏘나타(중형).마티즈(소형 이하).카니발(미니밴) 브랜드가 8년째 1위를 지켰다.

또 귀뚜라미(보일러).매직스테이션(데스크톱 컴퓨터) 등이 8년 연속 1위 기록을 이어갔다. 웅진코웨이는 코웨이(정수기.8년 연속), 케어스(공기청정기.4년 연속), 룰루(비데.4년 연속) 등 세 개 브랜드를 1위에 올렸다.

서비스 부문=백화점에선 롯데백화점(롯데쇼핑), 학습지에선 눈높이(대교)가 8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금융 서비스부문에선 국민은행.비씨카드.삼성생명.삼성증권 등이 8년째 정상을 지켜냈다. 포털에선 네이버(NHN)가, 영화관에선 CGV(CJ CGV) 브랜드가 두각을 보였다. 이 밖에 ▶삼성물산 래미안(아파트)▶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자동차정비)▶서울대병원(종합병원) ▶한화국토개발 한화리조트(콘도미니엄) 등이 1위 브랜드로 선정됐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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