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투자, 여건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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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과 나무 없이는 인간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할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크게 희박하다.
국민 식수기간이자 식목일을 하루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나고 경기도 광주에서는 수십년 키운 울창한 수목이 이틀째 화염에 휩싸여 있는 사실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와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산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산림 정책의 획기적 쇄신과 전환없이는 산지의 자원화도, 산림의 육성도 바라보기 힘들다는 것을 다같이 깨달아야할 것이다.
그건 산림의 공익적 효과와 공헌도가 얼마나 지대한가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산에 서있는 나무를 보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우리나라 전체 산지의 수목이 1년동안 생산하는 공익기능 가액이 무려 15조원에 이른다는 집계도 있다.
15조원이면 우리 정부 예산에 거의 육박하는 엄청난 가액이고 국민 총생산액의 14%에 해당한다. 강우량의 20%를 흡수, 저장시켜 주는 수원 함양효과, 토사 유출을 방지해 주는 효과, 야생 조수류를 보호해 주고 대기를 정화하고 국민보건에 이바지하는 효과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물론 나무를 생산, 목재를 공급해주는 직접적인 경제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목재 생산가를 1이라 할 때 공익효과의 가액이 자그마치 목재 가액의 12·8배나 될 만큼 산림의 공익적 기여가 큰 것이다.
이처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 국가 공익면에서 이보다 더 이바지하는게 없는데도 산림부문만큼 소홀히 취급되고 독림가처럼 홀대 당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성 싶다. 모든 게 수출 제일주의에 밀리고 당국 또한 수출과 공장을 세우는데 신경을 쏟았을 뿐이다. 「정권 유지비」에 든 돈의 얼마라도 산에 들였던들 산의 모습은 훨씬 달랐을 것이다. 전국토의 3분의2나 되는 산지를 관장하는 산림청 예산이 아직도 1천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사실 하나로도 잘 알 수 있다. 경찰 예산의 10분의 1도 안되고 정부 예산의 0·4%로 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가꾸고 키울 것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정부가 돈이 모자라 예산 배정이 어렵다면「민간투자」를 유인하는 산림정책이라도 수립해야 하는데도 그러한 정책은 커녕 이에 역행하는 행정과 정책만으로 일관해 왔다.
산림투자 수익률이 은행 금리의 절반도 훨씬 못 미치는 3·5%에 불과한데 이른바 정부가 산림 육성을 위해 나무 키우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육성자금 이자마저 5·5%나 된다. 이돈 조차도 얻어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법인데 그나마 몇 십년이 걸려야 눈꼽만한 수입을 볼 수 있는데 세금이란 세금은 몽땅 부과하고 있다.
회임기간이 30∼40년이고 잦은 산불로 산림재산 보존이 지극히 불안한데도 일본 등 외국과 같은 보험제도하나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모든 국가정책과 시책이 조림과 육림을 부추기기는 커녕 가로 막는데만 주력하고 있는 인상이다.
산림청은 금년에도 1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기로 계획하고 나무심기를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산지 투자를 유인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세우지 않고서는 산림부국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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