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소홀히 하면 억울한 피해|알뜰 가계 위한 영수증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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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가짜영수증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일이 있다. 기업들이 가짜까지 돈을 주고 사 모으는 영수증이 일반 서민생활에서는 제 대접을 못 받고있다.
알뜰 가계와 직결되는 영수증의 경제학을 살펴본다.
이 모씨(34·서울 북가좌동)는 지난 84년 9월 12개월 할부로 TV를 구입한 후 85년 8월까지 대금을 완납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86년 7월 할부대금 3회분이 미납됐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대리점 측이 미납됐다고 주장하는 3, 5, 7월분 중 이씨가 보관하고있던 대금납부영수증은 3, 7월분. 이씨는 5월분 납부를 증명할만한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꼼짝없이 이중으로 대금을 내야했다.
장 모씨(40·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는 지난 83년 1월 TV와 냉장고를 10개월 할부로 구임, 그해 10월 대금을 완납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87년 9월 5회의 미납대금과 연체료를 납부할 것을 요구하는 최고장이 보증인에게 날아왔다. 법률상담결과 채권시효가 소멸됐음을 알아내고 판매점에 이를 통보, 최고가 취소됐다.
이상은 영수증과 관련, 한국소비자보호원에 피해구제를 요청한 사례의 일부이다.
장씨의 경우는「생산자나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과 상품의 대가에 대한 채권소멸시효는 3년이다」(민법1백63조)에 의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지만 이씨의 경우는 영수증이 없어 대금을 두 번 내야하는 피해를 보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작년7∼12월중 영수증이 없어 말썽이 빚어져 피해구제를 요청한 사례는 수십 건에 이른다. 이미 완납한 할부금에 대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3∼4년이 지난 후 대금지불을 독촉하는 납부최고 장이나 미납금청구서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경우든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어 납부사실을 증명했다면 피할 수 있는 일들이다. 구입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자가 있어 반품 또는 교환을 하려할 때도 영수증이 없으면 불가능해진다. 물건값이나 음식값이 잘못 계산돼 돈을 더 지불했을 때 이를 환불받으려 해도 영수증이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영수증이 곧 돈인 셈이다.
영수증은 세무서에서 업소의 외형을 산출하는데 근거자료로 쓰이므로 영수증을 받지 않는 것은 업소의 외형누락에 의한 탈세를 방조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탈세액이 많을수록 소비자인 일반국민에게 다음해 세부담액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게 마련이므로 영수증을 챙겨 받는 일은 곧 자신의 세 부담을 줄이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결국 영수증을 그때그때 확실히 받아 두는 것이 만약의 사태가 생겼을 때 증빙자료도 되고 때로는 절세의 방법도 되며 탈세를 방지, 각자의 세 부담을 경감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일이다.
세금영수증의 종류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세금계산서로 일반사업자끼리의 거래시 파는 쪽에서 교부해준다. 4장을 발행, 매매 당사자가 2장씩 나눠 갖고 이중 1장씩을 분기별로 부가세신고용으로 세무서에 제출케 된다.
이때 물건을 산 쪽은 대금에 이미 10%의 부가세를 냈으므로 나중에 10%의 부가세를 공제 받게 된다.
두 번째는 일반소비자가 업소로부터 받는 영수증. 일반소비자가 받는 영수증의 종류는 금전등록기에 의한 것과「간이세금계산서」라는 인쇄물의 두 가지가 있는데 아무 차이 없이 똑같이 영수증으로서의 효력을 갖는다.
현행 세법상에는 연간 1천2백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업소는 금전등록기를 비치, 영수증을 발행하게 되어있지만 하루 매매건수가 30회 미만인 경우는 이를 면제해주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이 영수증을 얼마동안 보관해야 한다는 의무기간은 정해져있지 않다. 다만 정부의 공문서 처리규정이나 국가상대채권 소멸시효가 5년으로 되어있고 할부대금납부 영수증의 채권소멸시효가 3년이므로 적어도 3년 이상은 보관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문제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공과금 내는 은행과 수납일자를 매달 통일하라는 충고를 하고 있다. 이는 혹시 소비자가 영수증을 찾아내지 못한다해도 은행에 보관된 수납원장을 통해 몇 년 묵은 것도 수납여부를 정확히 증명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할부금 중 금액이 고액인 것은 은행이나 수금원의 인적사항·납부일자 등을 별도로 적어두면 더욱 좋고, 최종회를 납부한 후에는 사업자로부터 별도의 완납확인 서를 받아두는 것도 피해예방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영수증의 성격에 따라 세금관계영수증·공공요금·기타 등으로 구분, 철해 놓으면 찾기도, 보관하기도 쉽다.<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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