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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주요 치적' 마식령 스키장서 남북 훈련 '양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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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마식령스키장. [노동신문]

평양 마식령스키장. [노동신문]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에 막혀 있던 동·서 육지 통로가 모두 열린다.

'화합 이벤트' 의미 있지만 '선전'에 이용당할 우려 상존 #"주민 삶 도외시한 잔인성 증거가 마식령 스키장" 시각도 #한반도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도 국내 반발 커

17일 남북한이 북측 대표단 파견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합의한 결과다. 북측 응원단 230명의 개성공단 전용도로(서해 경의선) 육로 이동, 금강산 지역에서의 남북 합동 문화행사 개최, 남북 선수들의 공동훈련장으로 북한 마식령 스키장 활용 등이다. 이를 위한 남측 선발대와 준비 인력은 동해선 육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2월 정부가 개성공단을 잠정 폐쇄하며 막힌 서해선 육로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이던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으로 차단된 동해선 육로가 모두 일시적으로나마 다시 개통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올림픽을 계기로 닫힌 문이 열리는 것처럼 남북관계 복원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남북 화합의 상징성 못지않게 국내에서, 또 국제사회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을 전망이다.

①김정은 치적 마식령 스키장 부각 양면=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는 북한과의 합작 투자나 합작 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가 어떤 형식을 취할지,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따라 제재 위반 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사안이다.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훈련은 북한 선수단에 대한 지원 형식과 내용에 따라 제재 위반이 될 수도 있다.

마식령 스키장이 갖는 상징성 역시 국내에서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2013년 12월 31일 만들어졌다. 북한은 이를 동양 최대 규모라고 주장하면서 김정은의 주요 치적으로 포장해왔다.

이 때문에 평창올림픽 참가 이후 북한이 다시 도발 국면으로 돌아가거나 비핵화에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정부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남북 공동 훈련이라는 화합의 이벤트가 결과적으로는 김정은의 치적 홍보나 선전에 이용당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마식령 스키장을 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이런 호화로운 스키장을 지어놓고 치적으로 과시하는 것 자체가 북한 체제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라고 소개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되는 사치 품목에 스키 및 스키장 관련 물품들을 포함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②동·서해선 육로 개통과 조총련 응원=경의선 육로와 금강산으로 가는 동해선 육로 개통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의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 여지가 크다. 남과 북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응원단의 활동을 보장한다는 합의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③태극기냐 한반도기냐=국기(國旗) 문제도 예민하다.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입장한다고 합의한 것과 관련, 정부는 시상식이나 경기장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수단체에서 북한기(인공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더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도 유엔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으로 선수단을 파견할 경우 인공기 게양이 불가피하다”며 "이전 아시안게임이나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인공기를 게양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국기 논란을 문제 삼을 경우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④단일팀 구성 문제 없나=남북은 이날 여자 아이스하키팀 종목의 단일팀 구성에 뜻을 모았다. 최종 결정은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IOC 주관으로 남북한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할 계획이다. 올림픽 등 종합국제대회에서 단일팀 구성은 처음이다. 이런 의미에도 불구하고 대회 직전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선 선수 당사자를 비롯해 체육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팀워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대회 출전은 22명으로 정해져 있어 대회를 준비했던 선수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단일팀 구성이 우리 선수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새리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은 “북한 선수 2~3명이 우리(한국)팀에 들어오면 도움이 될 것이고 5명의 (북한)선수는 기억에 남는다”면서도 “올림픽이 이렇게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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