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소리없는 클라이맥스, 117과 1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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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3국
[제6보 (113~131)]
白.李昌鎬 9단 | 黑.曺薰鉉 9단

바야흐로 바둑은 승부처를 맞고 있다. 흑은 중앙에 집을 지어야 하고 백은 부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하다. 대마의 사활과 이면에 숨은 노림수들, 미묘한 거래, 눈빠지는 계산 등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중앙을 틀어막기가 여의치 않자 曺9단은 113으로 우회한다. 집을 벌며 백△ 세점을 노리고 있다.

李9단의 116은 움직임을 멈춘 채 사태를 주시하는 정중동(靜中動)의 한 수. 미리 흑의 수단을 봉쇄하며 백?를 지원한다.

117로 두었을 때가 사실은 이 판의 보이지 않는 클라이맥스였다. 이 수에 118은 최강이자 최선의 수법이다. 李9단도 형세가 빡빡하다고 보고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참아야 했다.

중앙 곳곳이 지뢰밭인 만큼 A의 곳에 두어 변화를 최대한 견제해야 옳았다. 118은 불난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고 이 수를 보는 순간 曺9단은 거대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참고도1'의 수단을 노리며 중앙 대마를 통째 잡으러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曺9단은 중앙에 직접 총을 겨누지 않고 121,125로 멀리 우상과 상변 대마부터 공격했다. 동쪽에서 포향을 터뜨리고 서쪽으로 공격해 들어가는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수법이다.

127도 자객처럼 칼을 깊이 품은 수. '참고도2' 흑1로 이곳을 잡으러가도 당장은 백4로 연결해 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앙 대마와 이곳 대마를 '옭기'로 몰아넣는다면 어찌 될 것인가. 대마 포살을 노리는 曺9단의 눈썹이 초승달처럼 휘어지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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