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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심한 손 저림…혈관보다 '이것' 문제 더 많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박정렬 기자] 손에 감각이 떨어지고 저리다면 흔히 혈액순환 장애를 떠올린다. 70세 양모 씨가 그랬다. "나이 들어 그런가보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혈관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을 먹으며 지냈다. 하지만 진단결과 양씨의 손 저림 원인은 뜻밖에 '뇌경색'이었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김철 교수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손 저림 증상은 혈관질환보다 말초신경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이 저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혈액순환장애 다리에서 더 흔해 
손이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는 흔한 증상이다. 원인 크게 두 가지다. 혈관이 막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순환장애와 말초신경 문제로 인한 신경장애다.

순환장애는 주로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막히는 말초혈관질환에 의해 나타난다. 손이 저릴 뿐 아니라 체온이 떨어지면서 차고 시리고 아프며, 심한 경우 손가락 끝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말초혈관질환은 손 보다 다리에서 더 잘 생긴다. 김철 교수는 "손 저림 증상이 순환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고 말했다.

만약 저린 증상이 손에만 나타난다면 말초신경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압박성 신경병'이다.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손목터널증후군'이 압박성 신경병에 속한다. 손목을 지나는 '정중신경'이 반복적으로 눌리고 자극을 받으면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심한 경우 변성이 일어나 손이 저리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저린 증상이나 감각 저하가 엄지·검지·중지에 집중돼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나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직업군에서 잘 나타난다. 말초신경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고 초기에 발견하면 보존적 치료로도 회복이 잘 되는 편이다. 반면 병이 진행된 경우 손목 힘줄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할 수 있으며 치료 후에도 감각 저하, 근력 마비 등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저린 증상이 손에 국한되지 않고 팔·다리로 뻗어간다면 말초신경 자체에 병이 생기는 ‘말초신경병’을 의심해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 면역질환, 대사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전신질환으로 번지면 호흡마비 등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김철 교수 [사진 상계백병원]

이 밖에 목디스크, 척골신경마비 등도 손 저림 증상을 유발한다. 척골신경마비의 경우 주로 저린 증상이 넷째~다섯째 손가락에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손 저림이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통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최근 드물지 않게 보고된다. 김철 교수는 "특히 당뇨를 오래 앓았고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에는 합병증으로 말초혈관 및 말초신경에 장애가 함께 생겨 손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손 저림 증상이 있을 땐 기본적인 혈액검사로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유무를 확인한다. 이어 말초신경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신경전도검사·영상검사 등으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김철 교수는 "손 저림 증상이 잘 낫지 않고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차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이 손을 많이 써서 생기는 압박성 신경병은 일을 중단하고 쉬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병이 진행된 경우에는 쉬어도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 교수는 "특히 당뇨 환자에서 손목터널증후군 등 손저림 증상이 더 잘 생기므로 혈당 조절 등 생활 습관 개선에 신경 써야 한다"며 "음주는 말초신경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고 비타민B1·비타민B12 등 영양소 흡수를 방해해 손 저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금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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