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잘나가던 마피아 이젠 … 먹고살기도 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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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대표적인 범죄조직 '마피아'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보도했다. 신문은 12일 TV드라마 '더 소프라노스'의 여섯 번째 시리즈 방영을 앞두고 "2000년대 이후 미국 내 마피아 조직은 거의 와해돼 뉴욕과 시카고에서만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인근 뉴저지에 살고 있는 마피아의 소두목(카포)인 토니 소프라노(제임스 갠돌피니)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더 소프라노스'는 1999년부터 케이블방송 HBO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 미국 마피아의 쇠락=과연 '더 소프라노스'처럼 미국의 평범한 시민이 살고 있는 동네에도 마피아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것일까.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한때 전국 조직을 자랑하던 마피아가 현재는 뉴욕의 다섯 개 조직과 시카고의 한 개 조직으로 쇠락했다"며 "그나마 최근 8년간 뉴욕 다섯 개 조직의 두목들이 모두 기소되거나 투옥됐다"고 전했다. 게다가 조직이라고 해봤자 조직원이 100명 안팎의 소규모 조직으로 줄어들었다. 이 신문은 미국 내 마피아가 쇠락한 원인으로 '오메르타(Omerta)'로 불리는 '침묵의 규율'이 깨진 것을 꼽았다. 오메르타는 경찰이나 검찰에 붙잡히더라도 조직과 동료의 죄를 불지 않는다는 마피아의 핵심 규율인데 최근엔 유명무실해졌다는 얘기다.

2002년 이후 최소 10여 명의 조직원이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협상을 통해 형량을 경감받는 조건(플리 바겐)으로 동료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1월 뉴욕 보내노파의 두목인 조셉 마시노는 자신을 면회왔던 부두목 빈센트 바스치아노와 나눈 대화 대용을 몰래 녹음해 검찰에 넘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또 갬비노파의 소두목 살바토레 로카스치오는 2004년 11월 재판정에서 자신이 마피아에서 탈퇴해 합법적인 인생을 찾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조직 이탈자도 속출하고 있다.

◆ 변하면 살아남을까=과거 도박업.마약 밀매업.장례업.청소업.건설업에서 각종 이권을 챙기며 범죄를 저지르던 뉴욕 마피아들도 2000년대 들어 업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에 이어 마이클 블룸버그 현 시장도 대대적인 범죄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어 전통적인 업종에서는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갬비노파 조직원인 리처드 마르티노의 경우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에게 2억3000만 달러(약 2300억원)의 부당 요금을 물리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과거엔 이탈리아 혈통만을 조직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엔 조직원을 모으기 어렵자 러시아.중국.자메이카 출신도 받아들이고 있다.

강병철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월 13일자 15면 '미국 마피아의 쇠락' 기사에 딸린 '전설적 마피아 인물들' 그래픽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살바토레 로카스치오를 보내노파 소두목이라고 썼는데 갬비노파 소두목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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