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의 글로벌 J카페] 국제유가 한때 배럴당 70달러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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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연초부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배럴당 70달러 선도 한때 뚫고 올라갔다.

겨울 한파에 국제유가 고공 행진 #런던 브렌트유 한때 70달러 돌파 #OPEC 생산량 감축 기조 유지 #"배럴당 80달러도 머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69.26달러(최근월물 기준)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0.06달러 올랐다. 나흘 연속 상승세다. 특히 장중 한때 배럴당 70달러 선을 돌파한 점이 눈여겨 볼 만하다. 2014년 12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그랜트/가필드 카운티에 원유와 가스를 분리하는 시설이 여기저기 설치돼 있다. [중앙포토]

미국 오클라호마주 그랜트/가필드 카운티에 원유와 가스를 분리하는 시설이 여기저기 설치돼 있다. [중앙포토]

미국 뉴욕의 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나흘 연속 올랐다. WTI는 전날보다 0.23달러 오른 배럴당 63.8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와 WTI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국제유가의 대표 상품이다.

극심한 겨울 한파는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용 기름을 포함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난다. 전기 소비가 많아질수록 화력발전소도 바빠진다. 반면 공급은 줄었다. 미국의 주요 원유 생산지에서 추위 때문에 가동을 중단한 기계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크게 줄었다. 8주 연속 감소세다. 가장 핵심적인 원유 비축 창고가 있는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재고량은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의 관심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움직임이다. 올해 말까지 원유 생산량 감축을 결정했다. 오는 6월 재검토가 예정돼 있지만, 생산량을 다시 늘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인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빈 EPA=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인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빈 EPA=연합뉴스]

투자자들은 당분간 고유가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배럴당 80달러 선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TD 증권의 수석 상품전략가인 바트 메렉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OPEC은 마치 모범 시민처럼 조용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프라이스선물그룹의 선임시장연구원인 필 플린은 “세계 경제는 점차 불이 붙고 있는데 OPEC은 조만간 생산량을 늘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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