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3차례 활주로 폐쇄…제주공항에 발 묶인 25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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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과 폭설로 무더기로 결항한 제주공항 항공편 이용객들이 12일 새벽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제공한 매트리스와 담요를 활용해 새우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강풍과 폭설로 무더기로 결항한 제주공항 항공편 이용객들이 12일 새벽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제공한 매트리스와 담요를 활용해 새우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11일부터 이어진 폭설로 활주로가 3차례나 잠정 폐쇄되면서 온종일 항공편 운항 차질을 겪은 제주공항에 발 묶인 2500명이 밤을 지새웠다.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등은 12일 오전 1시 30분 이후 새벽 시간대 여객터미널 체류객을 2500명 수준으로 잠정 집계하고, 체류객 지원 매뉴얼을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매트리스·모포 2700세트, 생수 7500개 등을 체류객에게 지원했다. 또 택시들이 공항에서 시내로 체류객들을 수송하도록 협조를 요청했고 무료 셔틀버스를 투입, 숙소로 가려는 결항편 승객들을 태웠다.

강풍과 폭설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해 제주공항에서 발이 묶인 관광객들이 12일 0시가 지나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들이 나눠주는 매트리스와 담요를 받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풍과 폭설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해 제주공항에서 발이 묶인 관광객들이 12일 0시가 지나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들이 나눠주는 매트리스와 담요를 받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항공편이 이륙하는 줄 알고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졸지에 공항에서 노숙하게 되자 불편을 호소했다.

가족여행을 마치고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전날 오후 9시 10분쯤 집으로 가려던 김모(58)씨는“출발 시각을 1시간 정도 앞두고 공항에 도착하고서야 항공편이 결항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기 편으로 오후 9시쯤 김포로 가려던 강모(56)씨도“출발 예정 30분 전인 8시 30분쯤에야 결항 안내 문자를 휴대전화로 보내왔다”며 “공항에 나왔다가 결국 헛걸음을 하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12시간 이상 공항에서 항공편을 기다리는 승객도 있었다. 유모(40)씨는“전날 오전 항공기 수속을 끝내고 2시간가량 기내에서 기다렸는데 결항해 다시 내렸다”며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한 아버지는 줄을 서지 않으면 모포 등을 지원하지 않는 제주도 측의 원칙 때문에 어린아이까지 줄을 서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또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자 도 당국은 “2세트 이상 받은 체류객은 반납해 달라”고 안내방송을 하고 지급품을 받지 못한 체류객에게 나눠줬다.

11일 3차례 활주로 잠정 폐쇄 등으로 이날 제주공항 항공편은 온종일 비정상 운행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는 11일 오전부터 12일 오전 1시 30분까지 출발 114편, 도착 123편 등 총 237편이 결항했고 18편이 회항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135편은 지연 운항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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