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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개회식 때, 남북한 입장 순서 널뛴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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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공동입장하는 남북 선수단. [연합뉴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공동입장하는 남북 선수단. [연합뉴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입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초였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이후, 국제 종합대회서 남북이 공동입장한 건 모두 아홉 차례다. 올림픽에서는 2000년 시드니(여름), 2004년 아테네(여름), 2006년 토리노(겨울)까지 세 차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논의가 결렬된 이후로는 따로 입장해왔다.

올림픽 개회식 행렬의 정치학 #국가명 중국어 획수 12획으로 같아 #한국 177번, 북한 178번으로 정하자 #북, 공동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 반발 #막판 남 176번, 북 180번째로 바꿔

올림픽에서 선수단 입장식은 국가를 홍보할 수 있는 ‘30초짜리 TV 광고’다. 선수단이 입장해 메인스타디움을 행진하는 동안, 전 세계 이목이 쏠린다. 선수단 입장 행렬 때 해당국 지도자가 참석했을 경우 TV 화면에 얼굴도 비춰준다. 또 참가국에 대한 소개도 곁들인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원장은 “개회식이 ‘올림픽의 꽃’이라면 입장식은 ‘꽃 중의 꽃’이다. 참가국들이 자국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는 무대”라며 “메달을 따는 나라가 한정돼 있어 대부분 국가가 입장식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분단 역사를 지닌 동서독은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이탈리아) 겨울올림픽 이후 네 차례 단일팀을 구성했고 공동입장했다. 이를 통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런 전례 때문에 남북도 국제 종합대회가 열릴 때면 공동입장 카드를 꺼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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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입장식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국가는 고대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다. 이어 국가명을 주최국 글자(평창은 한글)로 표기할 때의 순서에 따라 입장한다. 주최국은 가장 마지막에 입장한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부터 지키는 원칙이다. 간혹 정치적 이유로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스페인어 대신 프랑스어를 따랐다. 바르셀로나 지역 언어인 카탈루냐어를 의식해서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입장하고 있는 난민팀 선수들. 난민팀은 개최국 브라질에 바로 앞 순서에 입장했다. [중앙포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입장하고 있는 난민팀 선수들. 난민팀은 개최국 브라질에 바로 앞 순서에 입장했다. [중앙포토]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였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엔 남북이 입장 순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입장 순서는 국가명의 중국어 간체자자 표기 획수 순으로 정했는데, 한국의 한(韓)과 북한의 중국식 호칭인 조선의 조(朝)가 12획으로 같았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는 남북 공동입장 경우 등을 고려해 한국을 177번째, 북한을 178번째로 했다. 하지만 북한 측에서 남북한이 잇달아 입장하면 공동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베이징조직위는 개회식 당일에야 북한 주장을 수용해 한국을 176번째, 북한을 180번째로 결정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당시 분쟁 중이던 이란과 이라크의 순서가 문제가 됐다. 그런가 하면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난민 팀이 처음 등장했는데, 개최국 브라질 바로 앞인 205번째로 입장해 평화 제전으로서의 의미를 더했다.

◆북한 ‘모란봉악단’도 올까=평창올림픽에 예술단을 파견하는 북한이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을 포함할지가 관심사다. 가수와 악기연주자 10여 명으로 구성된 모란봉악단은 미니스커트 차림에 ‘칼군무’를 선보이며 다양한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한다. 1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남북관계가 완전히 개선되지 않은 만큼 모란봉악단 대신 왕재산음악단이 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또 공훈국가합창단, 국립교향악단 등을 보내거나 여러 단체 단원 중 정예멤버로 구성한 예술단을 파견할 가능성도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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