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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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모든 것이 전씨의 뜻에 따라 결정되고 전씨가 마음먹은 것이면 안 되는 일이 없이 「밀어 붙여」 추진됐고 끝내 성사됐다.
전씨의 사업엔 영역도 법규도 예산도 절차도 도무지 제약이 없었다.
자기가 생각해서 「좋은 일이고 하고싶은 일」이면 무조건 벌였다. 그에 따라 돈이 마련되고 사람이 동원되고 사업이 진행됐다. 절차나 법규나 서류같은 자질구레(?)한 것들은 사후에 관계기관이 알아서 처리했다.
『전씨가 들어오면서 「새마을」은 이미 옛날의 새마을이 아니었어요.』
초기 새마을운동중앙본부에 참여했던 한 간부는 그때까지 뜻으로 하는 정신운동이었던 새마을이 상상도 하지 못한 또 하나의 권력기구로 변모하는 것을 보고「자기같은 사람들은 할 일이 없는 것 같아」 본부를 떠났다고 했다.
『등촌동의 「리틀 전」』-. 그래서 전씨에겐 이런 지칭이 따랐다.
부임 2개월이 채 못된 81년3월5일 전씨는 선명회가 팔려고 내놓은 등촌동의 7만5천평 부지와 시설을 사들였다. 현재의 새마을운동중앙본부다.
일대는 김포공항과 인접, 건축등에 제약이 심한 곳이지만 전씨에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새마을사업을 하는데 협조를 안한다」는 것은 전씨의 사고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H· M· S사등 대 건설회사들이 다투어 .강당· 연수원등 시설을 수억원씩 들여 지어서 헌납했다.
「무소불위의 실력자」 대통령의 실제에겐 「권력」과 줄을 대보려는 정· 재· 관각계의 인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첫해인 81년에는 최소한 1주일전 면담예약을 한 방문객들이 매일 수십명씩 몰려 4O평 접견실이 바글댔죠.』 한 직원은 『당시 국내 유수의 대재벌회장들마저도 기를 쓰고 모여든 「인파」 에 밀려 되돌아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비서들에게 『단 2∼3분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는 청탁도 끊이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들중 상당수는 면담자리에서 「성금」이 아닌 거액의 「촌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3천만원정도가 「무난한 액수」였다는 말이 있다.
새마을본부는 돈과 이권의 흥정마당인양 분위기가 바뀌어 버렸다. 사무총장 부임직후 피아트승용차를 타는등 「검소」를 보이려 애쓰는 인상이었던 전씨는 곧 승용차도 최고급으로 바꾸고 자신이 마치 권력자나 되는양 행세했다.
지방순시때는 경호원 4명과 비서 2명, 본부간부 6∼7명등 10여명이 늘 수행했으며 지방에 도착하면 도지사나 시장· 경찰책임자등 기관장들이 따라 붙어 30∼4O대의 차량행렬이 시골길을 누비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달리 남앞에 나서고 뽐내기를 좋아하는 성격 전씨는 옷차림은 늘 점퍼로 일관하면서도 뒷전으로는 엄청난 호화· 사치를 즐겼다.
새마을본부 시설자체가 절대권력자인 전씨 개인의 교제와 사업구상· 휴식의 공간으로 변해갔다.
10여개의 크고 작은 건물곳곳에 차려졌던 전씨의 사무실은 모두 6개.
방마다 최고급 대형책상과 응접세트등 호화가구를 갖춰 놓았으며 그중 본관과 사회체육진흥회 건물안 집무실에는 샤워실까지 딸려있다.
특히 85년에 지은 사회체육진흥회 건물5층엔 자신과 부인 손춘지씨 (44)등 가족들이 전용으로 쓰는 2백평짜리 체육관을 만들어 매주 수· 토요일 친지를 불러 배드민턴등을 즐겼으며 운동이 끝나면 매일 배달되는 석수 (석수)로 샤워를 한뒤 4층 접견실에서 연회를 즐겨왔다.
개관직후 이곳에서 멋모르고 운동을 했던 직원2명이 간부로 있던 전씨 측근에게 적발돼 시말서를 쓴 사건은 지금도 직원들사이에 「웃지못할 일」로 기억되고있다.
『지난핸가, 샤워용으로 갖다놓은 석수통중 한개의 분량이 2∼3컵 모자란다며 손 여사가 15통을 모두 바꿔오게한 일화도 있죠.』 어처구니없다는 직원의 말.
전씨는 또 총장재직시 본부부지 한구석 야산중턱에 4억3천만원을 들여 2백50평짜리 초호화 2층 총장관사를 지어 개인 연회장소등으로 사용했다.
직원들에 의해 「언덕위의 하얀집」으로 불리는 이 관사는 연회용 대형 거실과 침실등을 갖춰 전씨가 국내경제계인사나 외국 친구등을 수시로 불러 파티를 벌였으며 그때마다 L호텔등의 요리사들이 불려와 밤늦게까지 고급음식을 만들어 왔었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곳에선 일상으로 저질러져왔읍니다.』
직원들은 입을 모아 「작은 황제」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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