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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수험생 임신ㆍ출산 기간은 예외”...변호사 시험 횟수 제한 개정 추진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변호사시험 응시기회 제한 규정에 여성 수험생의 임신ㆍ출산 기간을 예외로 두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연합뉴스]

정부가 변호사시험 응시기회 제한 규정에 여성 수험생의 임신ㆍ출산 기간을 예외로 두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연합뉴스]

“‘임신은 선택이다’는 말이 조금 폭력적으로 들려요. 네가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보고 빨리 붙고 싶으면 그동안 임신 미루라는 말밖에 안 되거든요. 결국 임신, 출산하지 말라고 강제를 하는 거죠.”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재학 중인 기혼 여성의 하소연이다.

'로스쿨 졸업 5년 이내 5회' 응시 제한 #"1회의 출산에 대해 1년 연장" 개정 추진

 로스쿨 졸업자는 졸업 일을 기준으로 5년 이내 5회까지만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예외 사유로는 ‘병역의무 이행’만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러한 규정 탓에 여성 수험생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아예 포기하게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로스쿨 두번째 학위 수여식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 종합관에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두번째 학위 수여식이 열려 44명의 졸업생들이 석사모를 던지며 졸업을 자축하고 있다. 2013.1.31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2013-01-31 15:49:18/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로스쿨 두번째 학위 수여식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 종합관에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두번째 학위 수여식이 열려 44명의 졸업생들이 석사모를 던지며 졸업을 자축하고 있다. 2013.1.31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2013-01-31 15:49:18/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로스쿨 졸업 뒤 변호사시험 응시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에 여성 수험생이 임신ㆍ출산 기간로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한 결과 이러한 내용을 법무부에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는 여가부가 정부 부처의 주요 정책ㆍ법령을 양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한 뒤 특정 성(性)에 불리한 사항에 대해 소관 부처에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2009~2017년 로스쿨에 합격한 여성의 경우 23~25세(43.2%)에서 가장 많은 수의 합격자가 나왔다.

 로스쿨의 경우 재학생 대다수가 임신ㆍ출산과 직접 관련된 연령층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험제도에도 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응시기회 제한 규정은 장기간의 시험 준비 등 사법시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임신ㆍ출산을 위해 졸업을 유예하는 경우까지 발생하여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가부는 '응시자격을 가진 사람이 출산하게 된 때에는 1회의 출산에 대하여 1년 연장한다'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2017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 개선 권고 사항 [여성가족부]

2017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 개선 권고 사항 [여성가족부]

황우정 여가부 성별영향평가과장은 “임신과 출산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보호할 책임이 있고, 헌법적 권리인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을 위해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가부의 개선 권고에 따라 법무부는 오는 2월 12일까지 개선 계획을 만들고, 1년 안에 법률 개정 등 개선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개선 권고 대상에는 초등학교 3~4학년 교과서 내용도 포함됐다.

2017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 개선 권고 사항 [여성가족부]

2017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 개선 권고 사항 [여성가족부]

 여가부에 따르면 3학년 2학기 사회(120~121쪽)교과서는 추석에 음식 만드는 사람은 모두 여성으로, 성묘 때 절하는 사람은 모두 양복 입은 남자로 묘사했다.

 3학년 1학기 사회(107쪽)는 4인 가족 삽화에서 아빠는 역동적인 자세로, 엄마는 수동적인 자세로 그렸다.

 또 4학년 1학기 국어(222~223쪽)는 마을 회의에서 합리적이고, 전체 이익을 고려한 의견은 모두 남성이 말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기적인 근거를 대는 등장인물은 모두 여성이었다.

여가부는 “교과서 개정ㆍ수정 작업을 할 때 성차별적 요소를 꼼꼼히 검토하도록 교육부에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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