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자리 상황판 달았는데 최악으로 치달은 청년실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우리 청년들은 최악의 취업 빙하기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달았지만 어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를 기록했다. 2000년부터 현재 방식으로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악이다. 새 정부 출범 8개월이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라는 점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앞세운 기존 일자리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궤도 수정 가능성은 안 보인다. 최저임금 급상승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지만 현 정부가 “혼란이 있어도 반드시 해야 한다”며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어제 신년사에서 “일시적으로 일부 한계기업의 고용이 줄 수는 있지만, 정착되면 오히려 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대체적 경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은 딴판이다. 한국은 1360만 임금근로자의 88%가 250인 미만 중소형 사업장에 고용돼 있고, 600만 자영업자 상당수는 가족 노동에 기대 근근이 사업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급상승하자 고용 동결이나 감원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외국인력지원센터는 최저임금 인상에 인원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상담원 7명을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일자리를 14차례나 언급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고용이 늘지는 않는다. 현실과의 조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우선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잘못된 정책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이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얼어붙은 일자리 상황판에 파란불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