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집권 2기는 협치와 탕평으로 시작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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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연설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연설 내내 통합을 강조했다. 그것은 문 대통령이 조기 대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져 위태로운 대한민국 사회를 목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후 행보는 초심을 의심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던 야당은 청산돼야 할 적폐세력으로 조롱당하고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등용할 것”이란 호언과 달리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됐다.

신년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는 하지만 의견 수렴을 위한 헌법기구인 국회를 무시하고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과 직거래를 한 뒤 이를 국민개헌안이라 부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야 간 이견의 골이 깊어 어차피 어려운 개헌이니, 주도권을 쥐고 6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을 반개헌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다. 이런 움직임 이면에는 대통령 비판에 지나치게 공격성을 보이는 열성 지지자들이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그들의 반대파 공격을 “국민의 의사 표시”라며 두둔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정당한 의사 표현을 해치는 폭력행위일 뿐이다. 그런 폭력을 방치 또는 조장하면서 어떻게 반대자들을 포용하고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여기고 협치에 나설 수 있겠나.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문재인 정부나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단히 중요한 해다.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목표를 이루려면 구호와 도덕률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 야당과 소통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개헌 역시 국회에 맡겨야 한다. 청와대는 실질적 권한을 여당에 주는 멍석을 깔아 주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