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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문제된다" 벌써부터 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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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경환 새마을 왕국」이 사법심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경환 전회장의 돌연한 출·입국과 전두환 전대통령의 사직당국에 의한 심판요청에 따라 검찰은 『새마을운동 비리는 행정집행상의 문제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되지 않는다」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1백80도 수정, 「범법사실이 드러나면 형사처벌도 불사한다」며 21일부터 본격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수사진전 여하에 따라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이 전직대통령의 실제가 개입됐고,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비리가 제5공화국 전반에 걸쳐 일어났다는 점에서 수사의 결말은 국회의원선거 등 향후 정국 전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사실상 이번 본격 수사착수에 앞서 지난해 이미 입수해 놓은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물의가 빚어지자 자체에서 은밀히 내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언젠가는 새마을본부의 방만한 사업경영 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돼 자체조사를 펴왔으나 고도의 판단을 요하는 문제여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어떻든 최근 빗발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해온 검찰의 처사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세간의 비난은 면키 어렵게 됐다.
앞으로 검찰수사에서 핵심이 될 부분은 전 전회장을 비롯한 새마을본부 전·현직 간부들의 공금유용 여부다. 이와 관련, 관계공무원을 통한 이권개입도 조사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우선은 지난 6년 간 새마을 본부 총 수입액 1천90억 원의 행방이 검찰의 주요수사 대상이다. 검찰이 밝혀야 할 의혹사건은 그밖에도 산더미 같다.
◇영종도 불법개발=영종도 청소년수련장 건설을 위해 지도자 육성재단은 9백98만 평의 대상 부지중 국공유지 74만평을 경기도 옹률군으로부터 무상임대 받고, 영종면 운서·운북리 일대 공유수면 8백88만 평은 매립 허가도 받지 않고 공사를 벌였다.
재단 측은 매립에 필요한 토사를 채취하기 위해 무상양여 받은 국유림 야산을 파헤쳐 인근 민가와 농경지에도 큰 피해를 주었다.
지난해 문을 연 영종 연수원은 새마을본부가 산림 보전지역 내의 임야 1만6천 평을 농업 연구용 시설 건설 목적으로 개발허가를 받아 타용 도로 공사했다.
공유수면 매립허가 없는 해안 매립이 확인될 경우 공유수면 매림법에 저촉,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옹률군의 매립허가도 안 난 상태에서 국유림의 토사를 지도자 육성재단에 무상으로 준 것도 직권남용의 조사대상이 된다.
재단이 사유지를 구입하면서 주민들에게 싼값으로 팔 것을 강요했다면 압력의 정도에 따라 공갈죄, 또는 「폭력·협박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다.
◇중고선 도입과 성금 낭비=새마을본부는 86년 8월 대한교육보험으로부터 헌납 받은 4천9백97t의 중고화물선을 영종도 청소년 해상훈련 숙소용으로 개조하다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작업을 중단, 도입비와 개조비 등 7억4천9백만 원을 납비한 것은 「준조세」 성격의 성금을 기부 받아 허비해온 케이스.
이 화물선을 지도자육성재단이 영종도 청소년수련장에서 사용토록 내준 것은 새마을재산의 무단양여 행위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권개입=지난 83년부터 정부는 소 값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7만4천 마리의 외국 소를 도입, 소 값 파동을 불렀다. 정부는 83년도 도입량이 당초 5만 마리로 책정돼 있었으나, 새마을 지도자들에게 혜택을 준다며 2만4천 마리를 갑자기 추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함께 가락동 농수산물센터 상인 입주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그 이유는 유통센터 설립계획이 새마을본부에서 시작됐기 때문.
새마을본부는 일본 근기대 농수산물유통연구센터를 수 차례 견학하며 이 계획을 준비했었으며 또 2백50명의 상인을 선발, 새마을유통교육과 해외시찰을 실시했는데 이들이 대부분 가락동 시장에 입주했었다.
◇시설물 변칙운용=새마을본부는 도시계획상 임야인 야산에 운동장 시설을 무단 설치했고 별관 건물부터 무허가로 2, 3층을 증축했다.
또 별도독립법인인 새마을금고연합회 사옥을 본부건물 부속건물인 것처럼 위장 건축했다.
새마을본부는 전씨의 개인사업체인 새마을신문과 공동으로「올림픽문화회관」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서울 가양동 생산녹지 밭 1만2천 평을 매입, 대지로 형질을 불법변경, 6년째 방치하고 있다.
또 서울시와 협조해 자연공원인 우장산을 근린공원으로 지정, 1백억 원의 예산으로 연수용 건물 등을 설치했는데 건물 중에는 공원법을 위반한 시설물도 있어 이 과정에서의 압력과 공무원의 직무유기가 조사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기금 전·유용=새마을본부는 지난 81년부터 88년까지 새마을국민기금 5백억 원을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87년까지 4백3억 원을 적립했으나 기금이자수입 1백10억 원은 적립하지 않고 운영비로 사용했다. 그 대신 내무부 지방예산을 작년말로 목표액보다 65억원 초과한 1백65억 원이나 기금에 끌어넣었다.
새마을운동본부의 운영비 과다지출은 81년 이후 매년 야시장·체육대회·각종 경진대회 등 사업을 마구잡이로 시행하면서 기구를 대폭 확대한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
또 81년부터 지난해까지 새마을 지도자 6천6백37명을 해외 연수시키면서 연수비 명목으로 필요경비 외에 4억7천1백만 원을 더 거둬 목적외 용도에 유용했다.
해외연수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돈을 유용한 것은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에 해당된다.
정부보조성금·기금이자수입 등으로 돼있는 새마을기금을 개인적 이득으로 돌렸다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로 처벌받게 되며 1억 원이 넘을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준조세식 성금징수=새마을본부는 7년 간 2백56억 원의 성금과 지원금을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정부의 새마을기금조성계획은 81∼88년 중 ▲국고출연 1백38 억원 ▲지방비출연 1백 억원 ▲기금이자수입 1백32 억원 ▲새마을성금 1백30억원 등 모두 5백 억원.
따라서 성금은 목표연도보다 1년 앞서 이미 목표액보다 1백26 억원을 더 거둔 셈. 1백% 가량 성금초과 과정에서 압력·강요가 예상되고 있다.
성금징수는 강요적 측면이 있더라도 실정법에 저촉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지만 권력을 등에 업고 강요·협박했다면 실정법에 저촉될 수 있고 관련공무원의 개입·방조, 또는 직무유기 등의 부분도 가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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