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으로 본 3·1절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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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과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10일 당시 상황에 대해 언론에 해명자료를 보내왔다. 다음은 당시 상황이다.

이 총리 일행은 1일 오전 9시30분쯤 부산 아시아드 골프장에서 티샷을 했다. 이 총리와 류.강 회장, 정 전 수석이 먼저 나갔다. 뒤팀은 이 교육부 차관과 모회사 대표 S씨와 L씨, P대 총장 M씨 등이었다.

첫 홀은 몸이 안 풀렸기 때문에 모두 똑같은 스코어로 적었다. 따라서 내기는 없었다. 강 회장은 "내가 봉투에 40만원을 넣어서 캐디에게 줬다. 두 번째 홀부터 내기를 했다"고 말했다.

1.4등과 2.3등이 2인1조로 편을 먹고 이긴 팀에 1홀당 2만원을 주는 속칭 '라스베이거스'방식이었다. 홀마다 파트너가 바뀔 가능성이 커 운이 많이 좌우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강 회장은 "이 총리는 그날 잘 안 맞는 것 같았고 (골프채로) 뒤땅을 자꾸 쳐서 신경질을 냈다"면서 "참석자 모두가 잘 안 돼서 전반 아홉 홀에는 무승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얼마나 땄는지는 불확실하다. 강 회장은 "10만원 안팎이겠지만 이 총리는 돈에 손도 안 댔다"고 말했다. 캐디가 관리했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딴 돈은 캐디가 갖고 있었다고 한다. 총리가 목욕을 마친 뒤 캐디마스터가 찾아가 전해줬고 이 총리가 "그걸 뭐하러 갖고 왔느냐. 그건 당신들 몫이니 알아서 쓰세요"라고 말하는 걸 옆에서 들었다는 게 강 회장 등이 해명자료에서 밝힌 내용이다. 강 회장 등은 또 "(우리도) 딴 돈의 일부는 운동이 끝난 후 2명의 캐디에게 수고비로 줬다"고 주장했다.

40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지만 골프 참석자들의 재력 정도면 한 홀에 1만~2만원 내기를 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왜 거짓말을 해왔느냐는 것이다. 강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류 회장이 평판이 너무 나빠 함께 골프 친 사실이 알려지면 창피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또 "골프장 측에서 쉬쉬해서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골프장이 왜 쉬쉬할 수밖에 없었는지, 무슨 이유로 강 회장이 골프비용과 40만원의 내기 비용까지 댔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3.1절 골프 참가자들 대부분이 줄기차게 내기 골프가 없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이번 해명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간다.

강 회장은 "총리실로부터 연락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다가 "총리실에서 물어보기에 있는 그대로 얘기해 줬다"고 말했다. 일주일 이상 언론을 피하던 세 사람이 갑자기 연명으로 해명 메일을 언론에 보낸 배경도 미스터리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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