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8년 전 부모 도와준 의사에게 은혜 갚은 아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故 장기려 박사의 진료 장면(왼쪽 사진) [고신대학교복음병원제공=연합뉴스]

故 장기려 박사의 진료 장면(왼쪽 사진) [고신대학교복음병원제공=연합뉴스]

48년 전 자신의 부모에게 온정을 베푼 의사에게 은혜를 갚은 아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의 주인공인 박종형(49)씨는 지난 1일 부산 고신대학교 복음 병원을 찾아 매년 18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1970년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장기려 박사의 도움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48년 만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장기려 박사는 간암 진단을 받은 박씨의 아버지와 만삭의 몸으로 남편을 간호하다 임신중독증을 앓게 된 박씨의 어머니를 도왔다.

박씨 아버지의 주치의였던 장기려 박사는 박씨 부모가 병원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갈고 사비를 털어 병원비를 대납했다.

또 박씨 어머니의 임신중독증도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 무사히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박종형씨는 그때 태어난 아기가 자신이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항상 입버릇처럼 하던 말씀이 장기려 박사님께 큰 빚이 있으니 언젠가는 꼭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 빚을 이제야 갚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48년 전 장기려 박사가 대납해줬던 부친의 병원비를 현재 화폐 가치로 환산한 금액인 1800만원을 고신대 복음 병원에 매년 기부하기로 했다.

박씨는 "장기려 박사님의 온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존재하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갚게 돼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장기려 박사는 월남 후 부산 영도구에 천막을 치고 병자를 치료해 '바보 의사'라 불렸다. 환자가 병원비 낼 돈이 없으면 몰래 문을 열어 줄 테니 도망가라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장기려 박사는 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부와 명예를 뒤로하고 복음병원 옥탑방에 머물며 가난한 자를 위해 헌신하다가 95년 12월 25일 별세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