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비트코인 관련 펀드·선물 거래 금지

중앙일보

입력

글로벌 금융투자기관인 메릴린치가 비트코인이 연계된 투자상품 중개를 중단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 “메릴린치, 비트코인 관련 상품 중개 중단” #일부 상품은 이름까지 명시해 거래 중지 #“암호화폐 인정 안 하는 금융계 인사 철학 반영”

WSJ에 따르면 최근 메릴린치 경영진은 투자 상담을 담당하는 1만7000명의 직원들에게 “비트코인과 관련된 투자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로써 비트코인 선물·펀드 등에 대한 투자 권유 및 중개가 금지됐다고 WSJ는 전했다.

깨진 비트코인이 형상화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깨진 비트코인이 형상화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메릴린치가 지난달 8일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통보문에는 “고객으로부터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투자신탁 펀드’(GBTC)에 대한 투자 요청을 받지 말라”며 상품명을 명시하기도 했다. GBTC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실시간 산정되는 신탁(信託)형 펀드다. 이와 관련해 메릴린치 관계자는 “GBTC가 중개·투자 상품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다른 금융투자기관에서도 비트코인 관련 상품의 중개 중단 조치가 최근 잇따랐다. 이미 JP모건체이스·씨티그룹·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등은 지난달 10일부로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중단했다고 WSJ은 전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블룸버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블룸버그]

WSJ은 이런 움직임이 암호화폐를 ‘투자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 금융계 인사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제임스 다이먼 JP모건 CEO은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혹평했고,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 시장이 커지도록 내버려둘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서 일부 온라인 증권사만이 비트코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아시아에서도 비트코인 투자를 통제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안에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쓰는 전력량을 제약할 계획이다. 이 은행의 간부들이 지난 3일 비공개회의에서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전기료가 저렴한 일부 지역에서 전기를 과도하게 쓰고 있다”며 비트코인 관련 전력 소비 현황 조사를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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