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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건강] "날도 좋은데…쉘~위 댄스 ? "…자칫 허리 다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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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댄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여.27)씨. 몇 달 전부터 스텝을 밟거나 상체를 돌리는 춤 동작 후 허리에 묵직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요통은 생각보다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혔다. 결국 통증이 종아리 쪽으로 내려가면서 서 있기조차 불편하자 그녀는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었다. 실제 척추전문 자생한방병원이 지난해 1월부터 7개월간 내원한 척추질환자 363명을 대상으로 요통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춤과 에어로빅 등 율동 운동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6.5%로 나타났다. 이는 춤이 결코 안전하고 즐거운 오락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종관 기자

춤만큼 즐거움과 운동효과를 동시에 주는 행위도 드물다. 정신건강 증진은 물론 근.골격계와 심폐기능 향상, 다이어트 효과도 만점이다. 춤은 근육과 관절의 합작품. 따라서 격렬하고 빠른 동작은 인체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른 운동처럼 지구력.유연성.순발력을 갖춰야 건강을 유지하며 춤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춤을 출 때 가장 노동 강도가 큰 부위는 척추와 관절.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정성엽 원장은 "뛰고, 비틀고, 젖히는 움직임이 평소 익숙하지 않은 동작이므로 척추와 관절에 부담을 준다"며 "중년 이후 격렬한 춤을 시작하거나 복부 비만이 심한 사람, 평소 운동량이 적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큰 동작이나 율동은 운동 손상을 부를 수 있다는 것.

일정한 동작의 반복은 특정 부위의 변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심클리닉 심제성(정형외과)원장은 "춤을 추는 사람들 중엔 척추나 골반이 휘었거나, 일자 목(목이 곧게 펴진 모양, C자형이 정상)이 많다"며 "이는 동작의 계속된 반복으로 특정 부위가 발달해 신체 균형이 깨지고 구조적 변화가 온 결과"라고 말했다.

동작이 클 경우 가장 큰 저항을 받는 부위가 인대다. 뼈를 붙들고 이어주는 인대는 질긴 조직이지만 신축에 한계가 있어 동작 범위가 크면 파열할 우려가 커진다. 근육도 마찬가지.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에는 크게 복근.기립근.외측근.둔근 등이 있다. 이 중 춤을 추면서 허리를 비틀고, 돌릴 때 가장 많이 관여하는 근육은 외측근이다. 따라서 이 외측근의 강도나 유연성이 떨어지면 근육 저항이 높아져 염증이 올 수 있다.

심 원장은 "춤 동작에 들어가기 전.후엔 반드시 춤 동작과는 반대되는 근육이나 인대를 자극하는 동작 또는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야 근육과 인대가 고르게 발달해 유연성은 물론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의 변형을 막을 수 있다.

평소 유연성과 근육.인대의 힘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허리.무릎.발목.어깨 관절과 주변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댄스에 들어가기 전 몸을 데워주는 워밍업은 필수. 정 원장은 "동작이 큰 춤일수록 처음에는 가벼운 동작으로 몸을 풀어줘야 한다"며 "몸을 데워놓아야 근육과 인대의 신축성이 좋아져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춤의 종류와 관절 및 근육 부위별 유의점.

탱고▶ 허리 근육 보완 후 도전을

연인과 부부가 선호하는 커플 춤. 탱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허리와 다리 근육을 강화한 후 도전해야 한다. 열정의 춤답게 탱고를 아름답게 추기 위해선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 가장 기본이 되면서 매혹적인 동작은 간초(Gancho). 간초는 '고리'라는 뜻으로 여자 댄서가 남자 상대의 다리를 본인의 허벅지와 종아리로 잡는 동작이다. 또 카미나르(Caminar)는 걷기, 즉 워킹으로 간초와 함께 탱고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이다. 매력적인 탱고 동작은 다리 관절과 근육의 유연성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탱고의 발끝 서기는 댄서의 관능미를 보여준다. 세련미와 안정감을 주려면 다리 근육이 튼튼해야 한다. 또한 복근과 척추기립근이 척추를 똑바로 받치고 있을 때 춤 맵시가 산다.

살사▶ 관절 약한 사람에겐 부담

매혹적인 살사댄스의 포인트는 꼿꼿한 허리 동작과 '힙 체인지'. 말 그대로 '엉덩이를 바꾼다'는 뜻으로 스텝을 밟는 발과 체중이 실리는 발은 항상 반대로 있어 맵시가 있다.

살사댄스는 발 앞쪽의 볼록한 부분에 무게 중심을 두고 등을 똑바로 편 뒤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과 펴는 동작이 번갈아 이뤄지면서 엉덩이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무릎과 골반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관절의 부드러움이 더욱 중요하다. 유연성이 부족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상체를 똑바로 세워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지 않아야 관절에 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밸리▶ 꺾기 동작 때 척추에 큰 무리

골반과 허리를 요동치듯 감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 따라서 '털기춤' 또는 '배꼽춤'이라고도 불린다. 초보자는 골반을 좌우로 빠르게 흔들어 떠는 '힙슈미'와 허리를 돌리는 '힙써클'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허리가 약한 사람이 골반을 강렬하게 털면서 추면 척추뼈 피로현상이 나타난다. 또 골반춤은 골반을 사용한 강한 꺾기가 포인트로 역동적인 만큼 주의가 요망된다.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른 춤보다 허리에 더 많은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허리나 골반 부위에 경미하게라도 통증이 있거나 요통이 있다면 다른 춤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지터벅▶ 초보자, 몸 꼬기 동작 주의

'사교춤의 꽃'인 지터벅. 일반인들이 '지르박'으로 부르는 이 춤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4분의 4박자의 경쾌한 템포에 따라 남성이 이끌고 여성은 따라간다. 지터벅 동작 중에서도 '꽃'으로 불리는 것이 바로 풀턴 백턴 등 회전이다.

회전 동작에는 여러 가지 변형이 있고, 갑작스레 몸을 꼬면서 위치를 바꿔야 하므로 초보자는 천천히 동작을 숙지한 뒤 서서히 속도를 내야 한다. 지터벅은 노.장년층도 무리 없이 출 수 있지만 템포가 빠른 동작은 주의해야 한다.

◆ 춤 추기 전 유의할 점

(1) 충분한 스트레칭은 필수

사전 준비 없이 무작정 동작을 시도하다가 허리와 발목 등 관절이 삐끗할 수 있다. 반드시 스트레칭과 워밍업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척추를 중심으로 목.허리.골반.무릎.발목 등을 스트레칭해 근육과 관절을 풀어줘야 한다.

(2) 장시간 춤 삼매경은 금물

오랜 시간 춤을 추다 보면 관절과 근육의 피로를 불러 운동 손상의 원인이 된다. 단숨에 춤을 익히려 하지 말고 3~6개월 준비기간을 갖고 서서히 난이도를 높인다.

(3) 통증이 오면 당장 중단을

춤은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한다. 특히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오면 바로 휴식하고, 심하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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