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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사 경험 살려 발달장애인 재능 발굴 … 작가로, 시민으로 우뚝 서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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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스페셜 아트 김민정 대표

재능 있는 발달장애인을 발굴해 전문작가로 육성하는 ‘스페셜아트’ 김민정 대표는 ’내 역할은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재능 있는 발달장애인을 발굴해 전문작가로 육성하는 ‘스페셜아트’ 김민정 대표는 ’내 역할은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발달장애인들 작품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서울 강남구의 유나이티드 갤러리, 한 관객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추상화, 점묘화 등 20여 점과 부모가 쓴 작가노트가 눈길을 끄는 이 전시회의 작가들은 모두 발달장애인이다. 전시 기간동안 절반 넘는 작품이 팔렸다. 전시 기획자는 ‘스페셜 아트’의 김민정(37) 대표다.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2002년부터 11년 동안 발달장애인 미술치료사로 일했다. 그러던 중 2010년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앓게 된 40대 남성 조각가를 만났다. 뇌를 다친 조각가는 말이 어눌해졌고, 휠체어를 타게 됐다. 정신장애로 폐쇄병동 치료를 받게 됐다. 김 대표는 미술치료를 위해 1주일에 한 번씩 그를 찾았다. 치료를 위한 그림에서 작품 가능성을 봤다. 김 대표는 “그 분과 발달장애인들이 작가로, 시민으로 사회적 역할을 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들을 위한 꿈을 품고 미술치료사에서 장애인 문화예술기획자로 변신했다. 2014년 정부 주관의 소셜벤쳐 경연대회에 참가하며 ‘스페셜 아트’를 창업했다. 현재 ‘스페셜 아트’에는 자폐 등 발달장애 1~3급 장애인 10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중 8명은 20대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 특유의 집중력과 창의력이 있다. 한 작가는 두드리고 냄새 맡는 것에 몰입한다. 그걸 점묘화를 표현해낸다”며 “내 역할은 그들이 재능을 찾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찾아오는 이들을 모두 받지는 않는다. 포트폴리오 심사와 면담을 통해 지속해서 그림을 그릴 작가를 발굴하고 함께 성장할 이들을 찾는다. 당장의 이윤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한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도 연다. “발달장애인들은 자기 작품을 글로 설명하기 어렵다. 곁에 있는 부모들이 작가를 관찰하고, 작품을 객관화해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교감하고, 든든한 지지자가 된다.”

기획 전시비용은 ‘스페셜 아트’가 부담하는 대신 작품 판매 수익을 나눈다. 최근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찾고 구매하는 팬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화이트테이블 아트페어’에 소속 작가가 포함돼 작품을 출품했다. 올해에는 대학생, 장애·비장애 청년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가진 콘텐트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소통할 방법도 고민중이다.

김 대표의 꿈은 세계 3대 비엔날레에 ‘스페셜 아트’ 소속 작가 작품을 출품하는 것이다. 그는 “작품 앞에서 이들은 오롯이 작가로서 존재한다. 장애와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사라진다. 내가 하는 일들이 사회 어딘가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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