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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제 전망]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전망되지만...단기 호황에 따른 개혁과제 지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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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게 됐다. 경기 회복세의 지속으로 2년 연속 3%대 성장률 달성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라는 겹경사가 예고돼 있어서다. 하지만 성장세를 꺾을 불안요인들이 산재한 데다가 단기 호황 때문에 개혁 과제들의 시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유년이 시나브로 저문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 대 성장이 예상되는 등 경제전망은 '장밋빛'이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 가계부채와 같은 구조적 문제 등 악재도 산적해 있다. 지속적인 구조개혁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성태

정유년이 시나브로 저문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 대 성장이 예상되는 등 경제전망은 '장밋빛'이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 가계부채와 같은 구조적 문제 등 악재도 산적해 있다. 지속적인 구조개혁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성태

일단 올해 신년 벽두보다 발걸음은 가볍다. 올 초는 잿빛 전망 일색이었다. 한국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대(2.6%)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고, 정치권에서는 경기 부양용 추가경정예산을 조기에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새해 거시경제 전망] #2018년 3%대 성장 가능 '장밋빛 전망' #1인당 국민소득 3만2000달러 예상해 #."세계 경제 고성장에 편승" 우려도 #북한리스크, 중국 성장 둔화 악재도 #가계부채, 건설투자 부진도 우려돼 #노동시장 개혁 같은 구조개혁 필요

하지만 수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예상외로 경기가 호조를 보여 3.2%의 ‘깜짝 성장률’ 달성이 유력해졌다. 상당수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도 한국 경제가 3% 또는 3%에 근접하는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0%,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2년 연속 3%대 성장률 달성은 현실화할 경우 2010년(6.5%)과 2011년(3.7%) 이후 최초의 일이다.

2018 경제정책방향

2018 경제정책방향

기획재정부는 여기에 더해 올해 2만9700달러로 추정되는 1인당 국민소득이 내년에는 3만2000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2007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1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리게 되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2만7600달러)은 세계 45위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3만2000달러가 되면 42위인 이탈리아(3만1730달러)를 앞설 수 있게 된다.

2018 경제정책방향

2018 경제정책방향

 한국 정부가 삶의 질 향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도 양적 성장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중 단지 10개 선진국만이 3만불 소득 시대의 문턱을 넘은 만큼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3만 달러 소득 시대에 걸맞게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국 경제 성과는 세계 경제 고성장의 훈풍에 편승한 측면이 커 지속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세계 경제 상황은 좋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북한 리스크와 중국 성장 둔화 가능성,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등 언제라도 세계 경기 급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들은 산재해있다.

국내에서는 ^수출 성장세의 둔화 가능성 ^건설경기의 하강 조짐 ^성장 편중 현상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부진한 고용 지표 등이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중에서도 성장세가 반도체 등 극히 일부 산업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KDI는 지난달 발표한 2017년 경제전망에서 지난해 전년 대비 14.7%와 7.2%로 예상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이 2018년에는 3.0%와 0.4%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기타 업종의 가동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KDI는 당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거나 중국경제의 추격으로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경우 경제가 예상을 하회하는 성장경로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용 부진도 경기 회복세 지속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해와 비슷한 32만명 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고, KDI는 지난해보다 적은 30만명 초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상의 속도가 가팔라질 경우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경제를 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가계부채와 건설투자 부진이 마음에 걸리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쪽도 찬바람이 불 것 같다. 반면 수출은 지난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하긴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결국 단기 부양책인데 단기 호황 때문에 장기적인 문제가 쌓이는 걸 간과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노동시장 개혁, 규제 완화 등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세는 주춤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018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17년 1.9%보다 0.2%포인트 하락한 1.7%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석유류 등의 가격이 안정적일 것이란 예상이 그 배경이다.

2017년 배럴당 50달러 초반으로 출발한 두바이유는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치고 올라 60달러 선을 돌파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도 연중 20% 전후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8년 국제유가는 급등락 없이 완만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간을 조금 높여 주로 60달러 선을 오갈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골드만삭스는 2018년 WTI와 브렌트유 가격을 각각 57.5달러 62달러로 전망했다.

일단 공급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1월 30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에서 OPEC 14개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10개국은 산유량 감산 규모를 9개월 연장해 2018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으리란 예상이 가능하다.

상승세 역시 제한적일 전망이다. 최근 2~3년 동안 셰일오일이 유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산유국의 감산 합의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 확대를 경계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이 60달러 선이다. 국제유가가 이 수준을 넘어서면 셰일오일 생산이 늘고, 유가는 다시 뒷걸음질을 칠 가능성이 크다. 산유량의 선행지표인 셰일오일 시추기 수는 2016년 5월 316기에서 2017년 8월 말 759기로 크게 늘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미국은 최근 이란 경제제재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며 중동 정세의 불안감을 키우는 상황이기도 하다. 카타르 단교,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 시리아·예멘 내전 지속 등도 잠재적 위협 요소다. 지난해 12월 26일 리비아에서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추정되는 송유관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 다음 날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2.6%, 2.7% 급등했다.

세종= 박진석·장원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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