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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에 오염됐던 대구 U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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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 세계 1백74개국의 젊은이들이 참가해 우정과 화합을 다졌던 2003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끝났다. 전 세계 대학생들의 축제가 되었어야 할 이 대회가 마치 한민족 잔치인양 비치도록 운영되고 보도된 것은 성숙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고쳐야 할 대목이었다.

남북한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부산 아시안게임,아오모리 겨울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에도 공동으로 입장해 내년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남북 동시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적어도 경기장 내에서만은 남북이 스포츠를 통한 화해와 협력, 신뢰와 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의 인공기 소각 등을 놓고 북한 측이 철수협박을 하는 등 정치가 스포츠 제전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었다.

여기다 일반인의 관심이나 언론보도 등도 유니버시아드 대회 자체보다는 남북한, 특히 북한의 미녀 응원단 등에 집중돼 세계 대학인의 스포츠 제전이라기보다 한민족 체전처럼 보였다는 지적과 비판이 나왔다.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세계인의 축제를 유치해놓고 한민족 축전인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남북 모두가 반성할 대목이다.

또 장정남 북한 측 선수단장이 1일 선수촌 퇴촌 성명을 통해 "보수분자들은 대구로부터 우리를 쫓아내려고 음모와 비열한 책동을 벌였지만 대회의 성과적 보장을 위해 인내력을 발휘했다"고 말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그의 성명은 북한이 스포츠의 제전인 이번 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와 결부시킨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성공을 위해 인내한 사람들은 끝까지 관용의 태도를 보인 대다수 남쪽 동포와 주최지인 대구시민, 그리고 세계 스포츠인들이었다.

이번 대회 슬로건인 '벽을 넘어 하나로, 꿈을 펼쳐 미래로'처럼 다음 번에는 남북 모두 관용을 바탕으로 정치에 오염되지 않는 스포츠를 통해 진정한 화해.협력의 기틀을 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