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핵은 핑계, 미국은 중국과 전쟁을 원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북핵 위기를 소재로 두 권짜리 장편『미중전쟁』을 펴낸 소설가 김진명씨. 전쟁 직전까지 치닫는 한반도 상황을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북핵 위기를 소재로 두 권짜리 장편『미중전쟁』을 펴낸 소설가 김진명씨. 전쟁 직전까지 치닫는 한반도 상황을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미중전쟁

미중전쟁

휘발성 강한 정치사회적 이슈를 실시간으로 소설화해온 김진명(60)씨가 이번에는 북핵 문제를 붙잡았다. 200자 원고지 1800쪽 분량의 두 권짜리 장편 『미중전쟁』(쌤앤파커스)이다. 그런데 제목이 북미전쟁이 아니라 미중전쟁이다. 나타난 현상은 북핵 위기이지만 본질은 미국이 중국을 치려 한다는 발상이다. 그 바탕에는 경제에서 중국에 밀린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벌여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픽션과 다큐의 경계를 오가는 김씨 소설은 시사 상식 이상의 통찰력이 녹아 있어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논란도 불렀다. 이번 소설의 경우 미국이 군사력을 포기할 경우 달러가 폭락해 나라가 거덜 날 거라는 설정이 그렇다. 26일 김씨를 만났다. 그는 “필요하면 고급 정보원들을 만나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얻는다”고 했다.

장편소설 『미중전쟁』 낸 김진명씨 #북핵 위기 둘러싼 미·중의 속내 그려 #“북한 전쟁 능력 없어 협상 응할 것”

출간 시기를 잘 맞춘 것 같다.
“사실 좀 늦은 감이 있다. 1993년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줄곧 북핵 문제, 한미 관계, 중국의 부상, 이런 문제들을 들여다봐 왔다. 북핵 문제가 단순히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려 한다는 것이라면 해결이 덜 어렵다. 문제는 미국은 총알이 한 발뿐인데 그걸 북한에 써버리면 진짜 타깃인 중국에는 사용할 게 없다는 점이다. 미국 입장에서 북핵은 중국과 전쟁을 벌이기 위한 도화선일 뿐이다. 이런 본질을 알면 정부의 북핵 위기 대처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이번 소설은 독자만 염두에 둔 작품이 아니다. 정부, 정치인들에게 북핵 위기의 해법을 제시하고 싶었다.”
소설의 설정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나.
“나는 20년 넘게 북핵 문제를 들여다봤다. 내가 정확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미국의 거부 가문으로 구성된 8인회가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인가.
“세계의 상위 1% 부자가 나머지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고 하지 않나. 그들이 규칙과 룰을 따른다면 재산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런 소수의 생각이나 행동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다. 그들에게 ‘8인회’라는 이름을 붙인 거다. 꼭 여덟 가문이 아닐 수도 있다.”
8인회가 미국 대선 전에 후보들의 면접을 봤다는 내용도 소설에 들어 있다.
“정치는 결국 돈 아닌가. 직접적으로 정치 자금을 제공하는 것도 있겠지만 단순히 눈에 보이는 돈 말고, 굉장히 깊숙하게 현실 정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령 트럼프가 특검에 몰려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할 때 얼마나 많은 정치인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큰 손들은 유력 정치인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비자금이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전쟁을 막는 역할을 한다.
“푸틴의 재산은 세계적인 관심사다. 그는 공산정권 붕괴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부를 챙겼다. 케이맨 제도나 버진아일랜드, 영국의 거대 금융보험회사에 깔아 놓고 있다. 푸틴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빌 게이츠보다 많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CIA는 푸틴의 돈을 추적하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의 역할이 북핵문제, 미중 갈등을 푸는데 왜 그렇게 중요한가.
“한국은 지난 60~70년간 한·미·일 축에서 번영을 구가했다. 중국은 한국을 그 축에서 빼내길 원한다. 그럴 때 러시아가 친중이냐 친미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붕괴하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시비 거는 상황을 겁낸다. 그래서 몇 년 전 러시아 국영철도회사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가까워지려고 돈을 준 것이다. 미국은 그럴 여력이 없으니까 푸틴의 약점을 캐려는 것이다. 그런 강한 플로우(flow)가 있으니까 소설로 쓴 거지 공상이 아니다.”
플로우라고 했지만 음모이론 같다.
“음모이론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한 말이다. 대중이 모를 뿐이다. 소설에서 주코프로 그린 러시아 국영철도회사 대표는 실제로 야쿠닌이라는 인물인데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 입국이 어려웠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반대해서다. 그가 푸틴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다섯 명 중 하나라는 게 이유였다.”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나.
“인터넷에 안 나온다. 고위직 정보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필요하면 사람도 만난다.”
결국 소설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우리가 힘이 없다 보니 미국이 북한을 때리는 전쟁 상황을 눈앞에 두고도 아무런 관여를 못 한다. 미국이 뭐라고 하면 조르르 달려가서 달래고, 반대로 중국이 뭐라고 하면 달려가서 달랜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해서는 신뢰만 잃을 뿐 아무것도 못한다. 대미, 대중, 대북, 대일, 대러시아, 원칙이 각각 있어야 한다. 주변국들의 속내를 알아야 한다. 북한은 전쟁할 힘이 없다. 돈이 없어서다. 그러니까 핵, 미사일 개발 일변도로 가는데, 완성도가 높을수록 대가가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을 못 하기 때문에 결국은 협상 테이블로 나올 거다. 가장 중요한 게 미국의 속내인데, 미국은 자고 나면 적자가 엄청나게 쌓이는 나라다. 다른 나라 같으면 그럴 경우 군사비 지출을 줄여 경제에 쓰면 되는데 미국은 그럴 수 없다. 군사력을 포기하는 순간 달러의 가치가 폭락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목소리가 작아 주변국들의 속내를 안다 해도 대처가 어렵지 않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예속돼 있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는 게 한국사회의 문제다. 역사적으로, 역경을 떨치고 일어난 나라는 강한 의지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나라였다. 갈가리 찢겨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이번 소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는 멍청하게 나온다.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알기만 해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