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소나무꽃'은 꽃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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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봄에 산에 올라 소나무에서 노란 가루가 날리는 것을 본 적이 있지요. 우리는 이 가루를 소나무 꽃가루(송화.松花)라 부릅니다. 이 가루를 조청이나 꿀에 반죽해 다식(茶食)을 만들어 차와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소나무 꽃가루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소나무에 피는 꽃은 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나무는 한 나무에 수꽃과 암꽃이 핍니다. 수꽃에서 날리는 송화가 암꽃에 붙게 되면 솔방울로 자랍니다.

한국교사식물연구회 소속 교사들은 "지금은 소나무.은행나무 같은 겉씨식물과 감나무.사과나무 같은 속씨식물을 통틀어 '꽃식물'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꽃은 속씨식물의 생식기관이기 때문에 속씨식물에만 꽃이 핀다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겉씨식물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식물학자들도 교사들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씨앗을 만들어 내는 식물은 종자식물로 분류해야 하는데 일본 학자들이 잘못 이해해 현화(顯花)식물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다시 우리말인 '꽃식물'로 옮긴 탓에 문제가 생겼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대학교재나 외국에서는 씨방이 없는 겉씨식물의 경우 '꽃' 대신에 '포자수'라고 부릅니다.

교사들은 또 소나무의 암꽃은 밑씨솔방울로, 수꽃은 꽃가루솔방울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름을 바꾸면 학생들이 더 혼동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사들은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립국어연구원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을 고쳐 달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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