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수퍼 댓글족'이 여론 흐름 입맛대로 조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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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론을 생산하는 '댓글문화'가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떠올랐다. 현재 인터넷에서 생산되는 댓글은 하루 평균 50만~100만 건으로 추산된다. 청와대 국정브리핑에서 인터넷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댓글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곳이 거의 없다시피 됐다.

그러나 댓글을 대량으로 쏟아내는 '수퍼-댓글족(族)'이 댓글문화를 주도하면서 인터넷 여론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는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협조를 얻어 '댓글족'의 실체를 해부했다. 분석 대상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30일 동안 네이버 뉴스사이트에 달린 댓글이다.

◆ 소수에 의한 인터넷 여론=이 기간의 뉴스사이트 방문자 수는 4194만4832명. 이 중 한 건이라도 댓글을 남긴 댓글족은 전체의 0.84%인 35만545명이었다. 하나의 뉴스를 100명이 볼 때 댓글을 남기는 사람은 1명도 안 된다는 의미다. 한 달 평균 70건 이상의 댓글을 작성하는 수퍼-댓글족 1만1878명이 전체 댓글 437만3306건 중 절반이 넘는 221만2813건(50.6%)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퍼-댓글족은 3.4%에 불과했지만 인터넷 여론 생산의 '허브(hub.중심축)'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과) 교수는 "댓글이 소수 네티즌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은 인터넷 여론에 대표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댓글의 작성자는 남성(76.7%)이 여성(23.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황 교수는 "공격적 성향이 강한 남성이 댓글을 집중적으로 달고 있기 때문에 댓글 내용도 일방적이고 전투적인 경우가 많다"고 풀이했다.

연령별로는 인터넷 이용률이 높은 30세 이하가 작성한 댓글이 61.1%(267만1749건)를 차지했다. 뉴스 영역별로는 연평균 기준으로 사회(25%).연예(20%).정치(15%).스포츠(12%) 순으로 댓글이 많이 달렸다. 사회 이슈에 민감한 댓글문화의 특성 때문이다. 조사기간으로 국한할 경우 과학(29.4%)이 1위였다. 이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과학 분야로 분류한 때문이다.

분석 결과 월평균 1000건 이상의 댓글을 작성하는 '울트라-댓글족'은 137명이었다. 이들은 조사기간 중 21만8203건(전체의 5.0%)의 댓글을 양산했다. 한 달에 7000여 건의 댓글을 단 네티즌도 있었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NGO학과) 교수는 "극소수의 네티즌이 무의미하게 배설한 댓글이 인터넷 공간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강현 기자

◆ 수퍼 댓글족=일반 네티즌의 평균보다 월등히 많은 댓글을 생산해 사이버 여론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소수의 네티즌들. 네이버 뉴스 댓글 분석에선 한 달에 70건 이상의 댓글을 올리는 그룹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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