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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후티 반군 미사일 공격에 … UAE, 거액 들여 요격망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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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월 19~23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17’을 찾은 각국 군 관계자와 바이어들이 장갑 기동차 등 군 장비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한국의 17개 방산업체도 참가했다. [아부다비 신화=연합뉴스]

지난 2월 19~23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17’을 찾은 각국 군 관계자와 바이어들이 장갑 기동차 등 군 장비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한국의 17개 방산업체도 참가했다. [아부다비 신화=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는 안보 상황상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를 비롯한 대공 방어 시스템의 확충이 절실하다. 2015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수니파 연합군의 일환으로 예멘 내전에 참전해 후티 반군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후티 반군이 탄도미사일을 입수해 수니파 연합군 기지는 물론 해당 국가로도 발사하면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전·해상유전 타깃 잇따라 위협 #패트리엇·사드 등 배치 방어 나서 #자체 무기 기술 모자라 해외 의존 #한국과 협력 땐 자체 방위력 강화

영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행하는 ‘밀리터리밸런스’ 2017년 판에 따르면 UAE는 2009년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2015년 말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각각 배치해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2015년부터 총 10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사우디 등을 향해 발사해 왔다. 지난달 4일에는 미사일이 국경에서 1200㎞ 떨어진 사우디 수도 리야드 공항 근처까지 날아왔다가 패트리엇 미사일에 의해 요격됐다. 6만3000명의 병력에 F-16 전투기 55대를 보유한 군사강국 UAE도 당연히 후티 반군 미사일의 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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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뉴욕타임스는 “후티 반군이 UAE에 한국이 짓고 있는 200억 달러짜리 원전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후티 웹사이트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UAE 국영통신사 WAM은 이를 즉각 부인하고 “UAE는 이런 종류의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후티 미사일의 타깃은 이뿐 아니다. UAE의 유전 대부분은 앞바다인 아라비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으로 부름)에 위치한 해상유전이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에선 점점이 흩어진 섬 사이로 인공 섬을 건설하고 파이프를 연결해 원유를 채취, 운송, 정유하고 있다. 만일 이 지역에 미사일이 떨어지면 자칫 유전 지대가 불바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월 15일 패트리엇 대공 시스템에 장착할 록히드마틴 PAC-3 요격미사일 60기와 레이시온사 GEM-T 미사일 100기의 UAE 수출을 승인했다고 국방매체인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가 보도했다.

거래 규모는 20억 달러에 이른다. UAE는 이미 2007년 288기의 PAC-3 요격 미사일과 216기의 GEM-T 미사일을 구매했다.

이처럼 무기체계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음에도 UAE는 자체 생산은 물론 해외 도입도 신속,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UAE는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한 무기체계의 국산화를 시도해 왔다. 국영 방산업체인 EDIC를 중심으로 무인기, 군수지원, 탄약, 유도무기와 국방전자 부문의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기술력과 경험, 생산능력이 아직 부족해 여전히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 UAE는 무기체계 확보를 위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 중인 한국과의 협력은 UAE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UAE와의 협력은 개발 자금과 판로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동북아에서 북한과 중국이 반발할 수 있다. 만일의 경우 정부가 북한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을 경우 이러한 한-UAE 간 국방협력은 괜한 꼬투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동에선 이란과 카타르가 한국에 불만을 터뜨릴 수도 있다.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으로선 사우디의 동맹국인 UAE의 미사일 방위력 증강이 달가울 리 없다. 카타르의 입장에서도 사우디와 손잡고 자국을 봉쇄 중인 UAE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한국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런 여러 사정 속에 한국 정부의 국방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달 새 UAE에 급히 다녀온 셈이다. 정부는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아부다비=채인택 국제전문기자, 박성훈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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