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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유품에 남편 주려고 챙긴 백설기 두 덩어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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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 대표 류건덕씨가 25일 희생자인 아내 이항자씨의 유품을 공개했다. 오른쪽은 지난 21일 사고 당일 화재 희생자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 대표 류건덕씨가 25일 희생자인 아내 이항자씨의 유품을 공개했다. 오른쪽은 지난 21일 사고 당일 화재 희생자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제천 화재 유가족 대표 류건덕(59)씨는 25일 경찰로부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아내의 유품을 건네받은 뒤 “"내가 떡 좋아한다고 아내가 꼭 챙긴 백설기가 유품으로 돌아오니 가슴이 찢어집니다”라며 다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류씨가 돌려받은 유품은 이항자(57)씨가 생전 사용하던 휴대용 가방이었다. 가방 속에는 아내의 휴대전화 등 소지품과 함께 그가 남편 류씨에게 주려고 챙긴 백설기 두 덩어리가 들어있었다.

 류씨가 공개한 떡은 그을림 하나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교회를 다녔던 이항자씨는 지난 21일 오전 불우이웃을 위한 반찬 만들기 봉사 활동을 했다. 오후 1시 30분께 봉사를 마친 이씨는 반찬을 만들며 흘린 땀을 씻기 위해 목욕탕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 대표 류건덕씨가 25일 희생자인 아내 이항자씨의 유품을 공개했다. [류건덕씨 제공 = 연합뉴스]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 대표 류건덕씨가 25일 희생자인 아내 이항자씨의 유품을 공개했다. [류건덕씨 제공 = 연합뉴스]

 류씨는 “봉사가 끝난 뒤 남은 음식 중에 나를 주려고 챙긴 백설기를 가방에 넣어 두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떡이 그을림 없이 깨끗한 상태인 것을 보면 신속한 구조가 이뤄졌다면 살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불이 난 건물 2층 여자목욕탕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휴대폰 12대를 수거했으면 이 중 주인이 확인된 3대는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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