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장 찾은 문 대통령 “황망한 일, 참담하다” … 유족들 “세월호 이후 나아진 게 뭔가” 격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여깁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2시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찾았다. 바닥엔 유리 조각이 널려 있고 매캐한 냄새가 났다. 전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보냈던 그는 이날은 직접 방문했다.

굳은 표정의 문 대통령은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건물 앞 50m까지 다가가 당시 사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현장을 둘러봤다. 소방관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수고한다”고 격려했다. 구조 상황을 듣곤 “부상자 상태는 어떤가. 돌아가신 분들 장례 절차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라고 물었다.

이후엔 희생자가 안치된 제천서울병원을 찾았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게 한두 번이냐”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을 붙들고 바닥에 쓰러지며 오열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일일이 위로했다. 화재로 부인을 잃은 한 남성은 “통유리만 일찍 깼어도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것”이란 말에 “통유리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관련기사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과 즉석 간담회도 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이후에는 좀 나아지는가 했는데 우리나라 안전 시스템이 나아진 게 뭔가” “소방차가 오후 4시에 출동했다는데 통유리를 오후 5시30분에 깼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 대통령은 “참으로 황망한 일이 발생했고 대통령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과 대응 과정을 철저하게 살피고, 비록 사후적이지만 한이라도 남지 않도록 이번 사고를 조사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곧이어 제천명지병원·제일장례식장·세종장례식장·보궁장례식장 등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이 재난·재해로 인한 사고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이날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24일 경북 포항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했었다. 지난 7월 수해로 피해를 본 충북 지역 현장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방문해 복구작업 등을 도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