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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서 봉투 오면 받으라고 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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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 십억 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이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 십억 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이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원에서 봉투가 오면 받으라" "봉투는 청와대 활동비처럼 관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열린 자신과 안봉근(51)전 청와대 비서관의 첫 공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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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비서관은 내용물이 돈이라는 걸 알게된 것은 두 번째로 봉투가 왔을 때였다고 주장했다. "2013년부터 5월부터 2016년까지 7월까지 33억원을 전달했는데 그게 돈인 것을 몇 년 동안 몰랐다는 것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그는 "그렇지 않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두 번째 봉투가 왔을 때 가지고 대통령 관저로 올라갔다. 대통령께서 '봉투 부분에 대해서는 이 비서관이 청와대 활동비처럼 관리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봉투를 가지고 내려와 제 방에서 확인해 본 후에 그게 돈인지 알게 됐다"는 것이 그의 진술이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국정원장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과정에 공모한 혐의(국고등손실, 뇌물수수 등)로 지난달 21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등 역대 국정원장으로부터 33억원을, 안 전 비서관이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27억원을 받아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 [연합뉴스]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 [연합뉴스]

안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은 모두 인정하지만 그것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였는지, 국고였는지, 국정원장이 지급한 뇌물이었는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 변호인은 "국정원의 특별사업비 일부가 청와대에서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지위와 국정원의 관계에 비추어 '특별사업비'라는 사업 목적에 반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 "공소장에 국정원장에게 특활비 중 일부를 요구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장에게) 연락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마치 국정원 자금이 '문고리 3인방'에게 전달된 개인적 뇌물로 몰고 가려는 검찰의 잘못이다"고 주장했다.

두 전 비서관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9일 열린다. 안 전 비서관 측 신청으로 다음달 26일에는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해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추가기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관련 조사도 하지 못하고 있어 기소가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본인 재판에도 안 나오는 상황이어서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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