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으로 과외받으러 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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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지역아동복지센터에 다니는 동네 초등학생들이 한국계 호주인 다이애나(25·오른쪽에서 셋째) 등 자원봉사 외국인 강사들과 영어로 게임을 하고 있다. 원어민 영어수업 외에 학생들은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즐긴다. 최승식 기자

2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1동 동명지역아동복지센터.

아동양육시설(옛 고아원)인 동명원이 건물 일부를 고쳐 운영하는 이곳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아름이(11.관악구 봉천1동)는 5명의 친구와 함께 원어민 영어 수업에 푹 빠졌다. 호주에서 온 자원봉사 선생님과 영어로 스무고개를 했고 수업 후에는 친구들끼리 영어 받아쓰기를 했다. 처음으로 원어민 회화 수업을 듣는 아름이는 "영어로 게임하는 게 재미있어요"라며 좋아했다. 그는 월~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센터로 와 오후 10시까지 지낸다. 학교 숙제나 복습을 한 뒤에는 영어회화.바이올린.비즈공예(구슬 장신구 만들기) 등 요일별로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맛있는 간식을 먹고 저녁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한다.

아동양육시설이 동네 주민들에게 열렸다. 시설 일부를 개조해 컴퓨터실.도서관.놀이터.식당이 들어선 복지센터로 만들어 지역 어린이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전문강사.자원봉사자가 다양한 학습활동을 지도해 웬만한 학원 못지않다. 맞벌이 가정이나 형편이 어려운 부모 등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집에서는 센터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

아름이도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방과 후 빈 집에서 언니.남동생과 시간을 보냈다. 엄마 양정미(38)씨는 "식당 두 곳에서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틈이 없었는데 더 이상 걱정을 안 해도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2004년 2월에 문을 연 동명지역아동복지센터는 정원 50명보다 많은 75명의 어린이가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30명이 대기 중이다. 75명 가운데 10명은 원아들이고 나머지는 센터 주변에 사는 어린이다. 김미란 사회복지사는 "이곳에 오는 동네 아이들은 낮에 집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센터를 이용하는 것은 무료나 다름없다. 아름이네 삼 남매는 프로그램 재료비.교재비로 월 6만원 정도만 낸다.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해 원아들도 좋아한다. 동명원의 재민이(10.가명)는 "같은 반 애들과 학교 끝나면 우리집(센터)에 와서 같이 공부하고 놀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센터의 김광빈 원장은 "자녀가 원아들과 어울리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부모님도 있었지만 이곳을 이용한 뒤에는 생각이 바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4년 10월 아동양육시설 41곳 중 동명원.서울SOS어린이마을 등 4곳에 지역아동센터를 도입했고 지난해 청운보육원.지온보육원 등 네 곳을 추가했다. 시는 센터마다 3명의 사회복지사 인건비와 월 300만원의 운영비, 프로그램비를 지원한다.

권근영 기자<young@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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