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말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영변의 핵 시설을 점령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 훈련 뒤 대책회의를 열고 북한의 플루토늄(PU)은 미국이, 고농축우라늄(HEU)은 한국이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한국일보는 국가정보원과 합동참모본부를 인용해 지난해 말 국정원 주도로 서울에서 국정원‧국방부‧합참‧외교부‧통일부‧미국중앙정보국(CIA)‧주한미군 관계자가 참석한 긴급대책 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는 당시 정찰위성이 촬영한 중국 동북지역 훈련 사진이 논의됐다. 사진에는 중국군이 북한 영변의 핵 시설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건물을 지어놓고 가상의 점령훈련을 실시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훈련에 동원된 인원은 대략 10만명 정도로 추산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05년부터 북한이 영변에서 원심분리기 2000개를 이용한 고농축우라늄 공장을 운영해왔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2010년 미국의 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영변의 고농축우라늄 공장을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헤커 박사는 이 시설에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이고 이를 근거로 연간 고농축우라늄 생산량이 40㎏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후 한미 양국에선 북한이 2013~2014년 이 시설을 두 배로 증축했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영변에서만 2014년 이후 연간 8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공장을 매년 풀가동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은 2005년 이후 300~400㎏ 정도를 생산했을 것으로 판단해왔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한미 당국은 논의 끝에 유사시 중국에 앞서 북한의 핵무기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은 플루토늄, 한국은 고농축우라늄을 맡기로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물질과 섞어 바로 희석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에 비해 플루토늄은 성질이 오래 남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핵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보 당국은 지난해 그동안 각종 경로를 통해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물질 보유량을 고농축우라늄(HEU) 758㎏, 플루토늄(PU) 54㎏으로 평가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20kt 위력의 핵탄두 1개를 제조하는 데 각각 플루토늄은 4~6㎏, 고농축우라늄은 16~20㎏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한은 이미 최대 6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지역의 핵무기를 확보하면 38선을 넘어 돌아오겠다고 중국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틸러슨 발언 이후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급변 사태와 관련해 모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