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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중앙시조대상] 시심의 눈 투명하게 벼리며 정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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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앙시조신인상 변현상

변현상

변현상

먼저 제 삶의 이유이신 하나님께 이 영광을 바칩니다. 참 추운 계절입니다. 세상의 잘못을 중지시키는 일에도 시가 필요하고 세상의 메마른 땅에 물주는 일도 시가 할 일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 일에 내가 얼마 정도 참견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세상의 허다한 잘못에 대하여 수수방관하였음을 이실직고하면서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인 시조에 대하여 무릎 꿇고 용서를 청하는 송구한 마음으로 뜻있는 상을 받습니다. 저는 원래 성정이 외곬이라서 다른 이가 걸어갔던 글의 길에 대하여 같은 길은 절대로 밟지 않습니다. 그 길이 표절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에게 기대거나 무릎을 함부로 꿇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것이 참 나쁜 습성인 걸 알지만 제 마음이 용서하지 않기에 지금까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참 많이 부족한 제 작품을 선고하여 주시고 나래를 달아주신 존경하는 선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한 아름 바치면서, 더욱더 시심의 눈을 투명하게 벼리면서 정진하겠습니다. 또한, 느닷없이 시조에게 남편을 빼앗긴 내 사랑 공 권사님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대장 내시경 하러 간다

상류에서 흘려보낸 숱한 날을 견뎠는데
말끔하게 마무리한 뒤끝이 있긴 하나
하류 쪽 수문을 열고 거슬러 보는 문학 기행

밤낮을 안 가리고
품삯 없이 통과시킨

전설의 땅끝 같은
동굴 속은 무사할까

공룡이 살고 있을까
화석이 박혔을까

◆변현상

1960년 경남 거창 출생. 2009년 국제신문 등단. 김상옥 백자예술상신인상 등. 시집 『차가운 기도』 『툭』 『어머나, 어머나』.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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