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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4.57%까지 … 주택대출 변동금리 또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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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저금리 시대가 끝나며 대출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주요 시중은행이 고시한 18일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코픽스 크게 상승 은행권 금리 조정 #5월에 빌린 경우 인상분 누적 적용 #금리 오름세 계속돼 가계에 큰 부담 #변동금리 대출 ‘잔액 기준’이 유리

지난 15일 은행연합회는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달보다 0.15%포인트 오른 1.77%라고 공시했다. 상승 폭(0.15%포인트)은 2011년 2월(0.16%포인트)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대다. 금리 수준도 2015년 4월(1.78%) 이후 가장 높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전달보다 0.04%포인트 오른 1.66%를 기록했다.

은행연합회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시장 금리(은행채) 상승으로, 잔액 기준 코픽스는 과거에 저금리로 조달했던 자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자금이 새로 반영되며 상승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10월 평균 1.907%였던 은행채 1년물 금리는 11월 1.998%로 올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에 따라 NH농협은행은 18일부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2.98~4.57%로 0.15%포인트 인상한다. KB국민은행(3.26∼4.46%)과 신한은행(3.12∼4.43%), 우리은행(3.17~4.17%), KEB하나은행(3.37%~미정)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적용 대출 금리를 모두 높인다.

잔액 기준 코픽스를 적용하는 대출의 경우 국민은행 3.30~4.50%, 신한은행 2.91~4.22%, 우리은행 3.06~4.06%, 농협은행 2.87~4.46%의 금리가 적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가 55.4%를 차지한다. 기존 대출자의 절반 이상이 금리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셈이다. 기존 변동금리형 대출자 중 이달 말 금리 변동주기(일반적으로 6개월)를 맞는 경우 충격은 더 크다. 그동안 누적된 인상분이 한꺼번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5월 말에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았다면 일곱 번째 상환일인 12월 말부터 대출금 상환액이 늘어난다. 이 기간의 코픽스 인상분(0.3%포인트)이 그대로 이자율에 반영된다.

문제는 금리 인상 추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데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달 들어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0.3~0.6%포인트 오른 만큼 다음달 발표될 코픽스는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 금리가 대출 금리 상승을 이끄는 만큼 당분간 금리 인상의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취합해 산출하는 코픽스에서 예·적금의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예·적금 금리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계속되면 금리는 오름세를 탈 수밖에 없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내년 1~2회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내년 말까지 시장 금리(금융채)는 0.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대출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대출을 고려하거나 대출받은 사람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주택담보대출 상환계획이다. 3년 이내 단기간에 빚을 갚을 수 없다면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가 유리한 편이다.

여전히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는 변동금리형보다 높다. 우리은행의 18일 기준 고정혼합금리(3.50~4.50%)는 변동금리보다 0.33~0.44%포인트 더 높다. 그럼에도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변동금리형을 선택한 뒤 고정금리형을 갈아타는 게 나을 수 있다.

새롭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며 고정금리형이 비싸 변동금리를 택한다면 신규 취급액 기준이 아닌 잔액 기준 코픽스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시장 금리가 서서히 반영되는 만큼 상승기엔 그 경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잔액 기준이 유리하다. 실제로 이번 달에 2010년 코픽스가 발표된 뒤 처음으로 신규 취급액과 잔액 기준 코픽스가 역전됐다. 다만 한번 선택하면 변경이 어렵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형을 선택하더라도 금리 변동주기를 12개월 정도로 늘려 잡은 뒤 시장 상황 등을 살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은행의 자본조달비용을 반영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2010년 2월 도입. 은행연합회가 매달 한 번씩 9개 시중은행에서 예·적금,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은행의 자본조달비용을 집계해 산출한다. 잔액 기준과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나뉜다. 잔액 기준은 월말 현재 조달자금 잔액을 기준으로 계산해 시장 금리가 서서히 반영된다. 신규 취급액 기준은 해당 월의 신규 조달자금만을 따지기 때문에 시장 금리가 신속히 반영된다. 저금리 기간에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잔액 기준보다 낮았다. 반면 금리 상승기에는 잔액 기준 코픽스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보다 유리하다. 은행은 코픽스에 대출자의 신용도를 반영해 일정률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금리를 결정한다.

하현옥·한애란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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