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의 분화…서울대 출신 386 세대 분석 결과 보니

중앙일보

입력

이른바 한 집단으로 여겨졌던 ‘친노’(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도 사실은 다르게 분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 조교수 재직 시절 교양 강의인 ‘사회학 개론’을 수강했던 1200여명 중 연락이 닿은 157명(남 128명·여29명)을 조사했다. 1999년 이후 지금까지의 삶을 추적하고 지난 5월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여전히 정치 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구체적인 생활상과 분야별로 밝힌 생각에선 차이를 보였다. 이 결과는 지난 11일 ‘한국과 일본의 중간계급’을 주제로 열린 제14회 중민포럼에서 발표됐다.

서울대 386 세대는 정치 활동에 적극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생활상이나 생각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자료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386 세대는 정치 활동에 적극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생활상이나 생각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자료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정치 활동에 적극적인지는 2002년 대선 당시 결성된 노무현 전 대통령 팬클럽 ‘노사모’를 지지했는지에 따라 나눴다. 이 결과 157명 중 108명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5월 대선에선 정치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고, 정치적 성향이 약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더 많이 뽑았다.

한 교수는 ‘노사모’에 대한 지지 여부와 사회적 약자를 돕는데 얼마나 적극적인지에 따라 이들을 ▶생활진보(Dual Prticipatory Group) ▶이념진보(Politicized Group) ▶공동체참여형(Pragmatic Group) ▶탈이념형(Priviatized Group) 등 4그룹으로 나눴다.

노사모를 지지하면서 사회적 약자 돕기에 적극적인 유형은 생활진보로, 소극적인 유형은 이념진보로 각각 나눴다. 노사모를 지지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약자 돕기에 적극적이면 공동체참여형으로, 소극적이면 탈이념형으로 각각 분류했다.

157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이념진보로 70명(44.6%)이었고, 생활진보가 38명(24.2%)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공동체참여형과 탈이념형은 각각 18명(11.5%), 31명(19.7%)이었다.

지난 5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생활진보가 65.8%로 가장 많았다. 정치활동에 소극적인 그룹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좀 더 많은 표를 줬다. [자료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5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생활진보가 65.8%로 가장 많았다. 정치활동에 소극적인 그룹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좀 더 많은 표를 줬다. [자료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5월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생활진보가 65.8%로 가장 많았다. 이념진보 그룹도 58.6%가 문 후보에게 투표했다.

반면 정치활동에 소극적 성향을 보인 공동체참여형과 탈이념형은 안철수·유승민 후보에게 약간 더 많이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탈이념형은 문 후보에게는 19.4%가 투표했지만 안 후보와 유 후보에 대한 투표율은 각각 22.6%, 25.8%였다. 공동체참여형 역시 문 후보에 대한 투표율은 11.1%로 가장 낮았지만,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22.2%, 33.3%의 지지를 얻었다.

한상진 교수는 ’같은 시대에 학생운동을 하고 노동현장에 투신했더라도 육아·교육·환경 등 생활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나서는 생활진보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한 교수가 생활진보로 분류한 386 세대의 활동모습. [자료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한상진 교수는 ’같은 시대에 학생운동을 하고 노동현장에 투신했더라도 육아·교육·환경 등 생활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나서는 생활진보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한 교수가 생활진보로 분류한 386 세대의 활동모습. [자료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이들은 ‘경제성장’ 대(對) ‘복지’ 부문에서 그룹별로 큰 의견 차이를 보였다. 경제성장(1)~복지(10)의 10점 척도에서 ‘복지’를 가장 중시하는 그룹은 생활진보(7.66)였고, 탈이념형은 5.45를 기록했다.

안보 분야에서도 간극이 컸다. 강한안보(1)와 남북협력(10)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선 생활진보가 7.89로 남북협력을 더 중시했지만, 탈이념형은 5.32를 기록했다. 또 한미동맹(1)과 동아시아 평화(10)를 묻는 질문에서도 비슷한 차이를 보였다.

반면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개인의 권리와 강하고 부유한 국가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선 모든 그룹이 3.89에서 5.21의 분포를 보여 간극이 적은 편이었다. 공동체참여형(3.89)이 개인의 권리를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소위 ‘친노’라고 불렀던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다르다”며 “같은 시대에 학생운동을 하고 노동현장에 투신했더라도 육아·교육·환경 등 생활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나서는 생활진보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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