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단체 임원 자율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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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산하기관, 국영기업체, 투자기관, 출연기관 인사의 자율성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무슨 전기가 있을 때마다 이들 기관이나 관련업체의 인사원칙이 수없이 논의되었고 그때마다 타율인사의 폐단과 단점에 대한통박과 함께 시정을 바라는 소리가 지배적이었으나 유야 무야 되었다.
바로 그 문제가 또 거론되고 있다. 노태우 차기대통령정부는 지난 선거 때 공약한 각종 공공단체와 정부산하 기관 등의 사전인사 협의 제를 폐지키로 하고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지난날의 경우처럼 이번에는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권위주의나 민주화시대에 걸맞지 않은 제도와 관행을 단절하고 정치·사회·경제 구석구석에서 구 각을 탈피해야 되는 시점이다.
문제의 단체나 기관인사도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그 동안은 국가관리를 위한 능률을 감안하여 타율인사가 통용되었으나 이제는 각분야에 걸친 성숙단계에서 볼 때 시정이 필연적이다. 잠재적 갈등과 마찰의 원인 중에 타율인사의 관행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책임만 존재하고 인사는 타율인 불합리한 논리도 누누이 지적되어 왔다.
뿌리깊은 타율인사의 오랜 적폐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낙하산 식 인사로 전문성을 잃거나 공공단체나 기관이 고급공무원 출신의 생계대책을 위한「자리」밖에 안되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많았다. 장본인들은 본업보다는 보신에 급급하고 정실인사는 승진 기회를 박탈하여 조직내부의 불협화음과 불만의 소지를 만들었다. 이로 인한 비능률과 비 경제성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심지어 형식은 주무장관이 임명토록 되어 있는 자리까지도 상층부의 결심만을 고대하는 책임회피의인사가 일반화되어 적재적소 인사란 기대자체가 무리일 정도다.
정부에서 인사의 자율성에 관한 제도개선 노력을 펴고 있다지만 미덥지가 않은 소 이는 이런 점에도 있다. 과연 얼마만큼 실질적인 자율성이 보장될 것이며 인사에 권한과 책임있는 사람이 소신을 다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은행인사의 예를 들면 지금도 제도적으로 임원 급 인사는 엄연히 은행장이 좌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는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고 위에서 결재서류에 낙점 해 주기를 기다린다. 심지어 옆에서「힘」으로 밀면 행장의 복안이 흔들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율인사 원칙에 맡게 각종 훈령·내규의 개 정도 중요하지만 인사권자가 명실상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고 인사압력을 배척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공적인사는 민주적이고, 공평하고, 객관적인 준거에 따라 이루어져야 설득력이 있다.
제5공화국 특유의 옥상 옥 인사인 정부투자 기관 등의 이사장·비 상임이사 등의 제도 역시 재검토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새 정부의 공적인사의 제도와 관행에 관한 추이를 국민들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는 점을 첨언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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