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누가 ‘주말 엄마’ 좀 돼 주실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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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요일의 아이
구드룬 멥스 글
로트라우트 주잔네 베르너 그림
김라합 옮김, 비룡소, 216쪽, 7500원

"나는 엄마 아빠를 모른다. 두 분 다 돌아가셨을 것이다. 살아있든 돌아가셨든 이제는 별 상관없지만…." '일요일의 아이'는 자신이 일요일에 태어났다는 것밖에는 모르는 열살짜리 고아 소녀의 이야기다. 꿈이라고는 주말만이라도 자신을 고아원 밖으로 소풍을 데려가고 아이스크림을 사줄 주말 수양 부모만 있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이 동화가 슬픈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이들의 외로움과 고민에 유독 관심이 많은 독일 동화작가 구드룬 멥스가 눈물샘만 자극하고마는 '대책없는' 작가는 아니니까 말이다. 벽난로가 있는 근사한 집에 주말 엄마가 살 것이란 상상을 하고, 주말 엄마의 남자친구에게는 묘한 경쟁심을 느끼는 열살 소녀의마음은 복잡다단하다. 어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아이들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사랑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누구보다 강한 고아소녀가 주인공이지만, 그 모습은 부모의 눈빛에도 상처받을 수 있는 우리네 아이들을 닮기도 했다. 아이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하는 대부분의 '둔한' 어른들이 꼭 읽어야할 책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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