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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스님 구인광고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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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박정호 기자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박정호 논설위원

박정호 논설위원

불교 조계종에 경광등이 켜졌다. 최근 한국 불교사 처음으로 스님 공개 모집에 나섰다. 조계종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선택-출가’ 팝업창이 바로 뜬다. 비구·비구니 두 분이 환한 얼굴로 팔을 내밀고 있다. ‘어서 오세요’라고 부르는 듯하다. 내년 1~2월 두 달간 ‘대자유인의 삶을 꿈꾸는 자’를 공모한다. 주거·교육·의료 등 혜택 사항도 상당수다.

불교 조계종 출가자 공모 포스터. 내년 1~2월 두 달간 접수한다. [사진 조계종]

불교 조계종 출가자 공모 포스터. 내년 1~2월 두 달간 접수한다. [사진 조계종]

사정은 짐작이 간다. 스님 지원자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 인구 감소와 사회 전반의 탈(脫)종교 분위기 때문이다. 사회가 되레 종교를 걱정하는 승단(僧團)의 세속화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1990년대 연 500명에 이르렀던 출가자 수는 지난 2~3년 150명대로 쪼그라든 것으로 집계된다.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불교도 고령화 덫에 빠진 모양새다.

성직자 감소는 세계적 현상이다. 2015년 말 기준 가톨릭 사제는 4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6명 줄었다. 특히 유럽에서 2500명이나 감소했다. 한국 천주교도 2000년 이후 완만한 내림세다. 그렇다고 종교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근원적 고통과 모순,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는 되레 인간이 인공지능을 발판 삼아 신이 되려 하는 ‘호모 데우스’를 상정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 서쪽 룽취안쓰(龍泉寺)에 있는 로봇 스님 ‘셴얼’(賢二). 베이징=박정호 기자

중국 베이징 서쪽 룽취안쓰(龍泉寺)에 있는 로봇 스님 ‘셴얼’(賢二). 베이징=박정호 기자

지난달 중국 베이징 외곽에 있는 룽취안쓰(龍泉寺)를 방문한 적이 있다. 세계 최초의 로봇 승려로 알려진 ‘셴얼’(賢二)을 만났다. 귀여운 동자승 얼굴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척척 스님’이라는 보도와 달리 성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인생사의 간단한 고민에 대답하는 수준이었다. 향후 어디까지 진화할지 모르지만 아직은 입력된 정보를 외는 ‘초짜 승려’였다. 가슴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 인격체가 아니었다.

요즘 종교에서도 인공지능 바람이 거세다. 독일에선 로봇 목사가 등장했다. 조계종도 이달 초 ‘불교와 4차 산업혁명’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불교학회장 성운 스님은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딥 러닝’(Deep Learning)과 세상 만물의 얽힘을 일깨우는 불교 연기(緣起) 사상의 유사성을 주목했다. 인공지능이, 로봇 스님이 비탈길에 선 불교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어디서든 내가 주인(隨處作主)’, 이 한마디만 새겨도 대자유인이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박정호 논설위원